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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Mar 24. 2024

17화. 우리의 악수(握手)는 악수(惡手)가 될까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살아가다 보면 나의 인생에 그 시기에 그 순간에 반드시 존재하게 되는 인연이 있다. 마치,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인연은 반드시 그 시기에 내 인생을 스쳐 지나가게 되어 있던 운명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의 인생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점과 선이 되어 남아있는 것이 바로 '인연'이다. 나는 인연을 표현하는 여러 용어들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내가 유독 사람과의 인연과 그 의미를 굳게 믿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연을 표현할 때 '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억겁의 인연'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1겁이라는 시간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8km나 되는 정육면체의 다이아몬드(혹은 바위)를 선녀들이 입는 베로 100년에 한 번 쓸어 다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냥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을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불교에서 부모와 자식으로 만날 인연을 구천겁, 사랑하는 부부가 될 인연을 칠천 겁이라고 하니, 이것 또한 말 그대로 엄청난 인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니, 당신의 인생에서 그 시기에 그 사람이 스쳐 지나간 그 하나의 점 또한 당신에게는 몇 천겁의 인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든 그 인연은 반드시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그 자리에 존재해야만 했던 인연이라는 것이다.




시절 인연


나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참으로 좋아한다. 시절 인연의 뜻은 본래 때가 되면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고 끝날 것은 끝이 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만날 인연이라면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은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지독한 집착이나 미련이 들더라도 꾹꾹 눌러 참아내는 것은 이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지독히도 떨어지지 않는 인연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죽을 만큼 사랑하고 온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던 인연도 어느 순간 스쳐가는 인연이 되어버리고는 한다. 그러나, 당신에게 지나가는 한 시절의 인연이었더라도 인간사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인연'이라는 것에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쉽게도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라 나 또한 익숙함의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고는 한다. 부모님의 사랑, 친구의 우정, 이성 간의 사랑 모든 것에 우리는 익숙해지는 순간 소중함을 모른다. 그건 누구나 매한가지다. 그 소중함을 반드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항상 늦는다. 나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시절 인연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 이미 상대는 내 곁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인연이 떠나고서야 인연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악수(握手)는..


보통 악수는 인사, 친애, 감사의 뜻을 나타낼 때 두 사람이 맞잡는 두 손을 의미한다. 오늘 내 글의 제목에서의 악수는 인사를 의미한다. 억겁의 세월을 거친 한 인연이 이루어질 때의 악수가 될 수도, 뜨겁게 한 시절을 함께 보낸 한 인연의 이별의 의미가 될 인사의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악수는 인연의 첫 시작도 끝맺음도 둘 다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쳐가는, 혹은 스쳐가고 있는, 혹은 지금 시작을 고민하고 있는 그 인연과의 악수가 과연 우리의 인생에 어떤 수가 될지 고민이 된다면 오늘 내 글을 잘 찾아왔다.


악수(惡手)가 될까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나쁜 수를 의미한다. 그리고 보통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이 선택이 악수가 될지 신의 한 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만의 인생이라는 바둑판 안에서 수많은 수를 두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내 인생에 끝자락에 그럴듯한 수로 가득하여 결국 승리하는 바둑판같은 인생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지금 당신의 선택이, 과거의 당신의 선택이 악수가 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당신은 걱정되고 불안한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라는 바둑판


그런데, 내 인생 끝에 바둑판이 반드시 승리여야 할까? 지금까지의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신의 한 수로 가득한 인생이었나? 절대로 아닐 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악수(惡手)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그때 내가 둔 한수를 악수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절대로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인생에서 살면서 많이 들어봤을 한 마디로 정리가 가능하다.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그때 어쩔 수 없었거나, 고뇌해서 내린 선택이나 그게 뭐든 간에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면 그만이다. 내가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던 재수라는 선택도 나는 결국 결과로 증명해 낸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나의 선택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작은 일화이지만 사람과의 인연 또한 마찬가지이다. 타인의 의견이나 타인의 조언보다 나의 의지와 나의 선택이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고민하는 당신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네가 책임질 수 있어?


그 고된 고민의 끝이 신의 한 수가 되든 악수가 되든, 당신이 책임을 질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없다. 그걸 모르겠다 하면 끊임없이 되물어봐라.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그 인연을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하는지. 비단, 인연과 관련된 선택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직, 퇴사, 취업, 결혼, 입시 등등 지금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당신이 하고 있는 고민에서 자신의 인생에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결정이 나는 맞다고 본다.




운명이 피해 가는 사람.


토정비결을 창시한 토정 이지함 선생과 그의 스승 서경덕의 재밌는 일화가 있다. 요약하자면, 전국 여행을 하던 그들이 한 마을을 들어설 때 어떤 포졸이 막아섰고, 그 포졸은 마을에 역병이 돌아 모든 사람이 죽었으니 절대로 이 길로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서, 토정 선생이 "그럼 왜 당신은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소?"라고 하자 그는 "나마저 이곳을 떠나면 이 마을을 지나는 모든 나그네들이 변을 당할 것이 아닙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토정 선생은 스승 서경덕에게 저 사람의 사주를 풀어볼까요? 했고, 스승 서경덕은 이렇게 말했다.


저런 사람은 운명이 비껴간다.


우리는 인생에서 자신의 흐름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인생을 바꿀 만한 수를 둬야 할 때가 반드시 시절마다 찾아온다. 당신과 함께하고 있는 인연도 마찬가지이다. 흐르는 대로 내 마음을 맡기는 것도 당신의 인생에서 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우리는 반드시 수를 둬야 한다. 그러니 인연이라는 것이 억겁의 세월인 것이며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둘 수가 결코 악수(惡手)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당신은 반드시 그 선택에 대한 해답과 책임의 무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의 인생에서의 한 수라고 생각하는 선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하든 당신의 인생이라는 바둑판은 끝이 찬란하게 빛날 것이고 그것이 단순히 바둑이라는, 인생이라는 게임의 승리나 패배로 나뉠 만큼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인연이 어떤 의미에서의 악수(握手)가 되든 당신의 인생에 반드시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왜냐고? 당신은 당신의 한 수를 악수가 아닌 신의 한 수로 만들어 나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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