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드디어 꺼내보는 나의 부끄러운 이야기
오늘은 그동안 숨겨왔던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존경받는 체육 선생님의 꿈을 어렸을 때부터 꾸었다. 남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극 ENFJ이자, 희생과 책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체육 선생님이 나에게 최적의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시도도 제대로 못해봤지만..)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을 멘토로 삼고 그를 따라 재수 끝에 원하던 대학교의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드디어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한 중등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졸업과 동시에 치렀던 2017년 첫 시험은 보기 좋게 1차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사실, 내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해줬는데 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자기 생각을 이렇게 글로 쓰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였다. 그런데 왜 의아했냐면 워낙 생각이 많아 잘 때도 꿈을 10세트씩은 꿈은 나에게 내 생각을 보여주는 일은 그렇게까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중등교원임용고시에 대한 이야기는 실패로 가득한 이야기이기에 부끄러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오늘 이 경험을 드디어! 나누는 나 자신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중등교원임용고시는 1차에서 1.5배 수로 합격자를 선정하고 2차 시험에서 실기, 면접, 수업 실연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구조이다. 그러니 두 개의 관문만 넘으면 평생 교사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이 붐을 이루던 그때 교사 또한 지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고, 마침 학교 체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선발 인원도 증가했다. 나의 2018년 두 번째 시험에서는 1차 합격을 했고, 2차 시험에서 아쉽게 낙방하게 되었다. 그때는 함께 떨어진 동료들이 많았기에 충격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다음 해였다. 나의 세 번째 시험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나에게 1차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주었고, 그때는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렇게 쓴 맛을 보고도 2차 경험이 있는 선배로서 항상 2차 경험이 없는 후배들과 동료들을 도와주었고, 지독한 고시공부와 경쟁사회에서 그런 이타적인 배려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제발 올해는 이기적으로 너만 생각하고 공부하라던 어머니의 조언이 아직도 잊히지 않지만, 다시 돌아가도 나는 나만 생각하고 내 것만 챙기는 그런 사람은 못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그다음 해에 다시 2차 시험을 갔지만 정말 황당하고도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실수로 인해 최종 불합격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그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기억난다. 추웠던 2월 초에 혼자 롱패딩을 입고 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함께 오랫동안 공부했던 동료들에게 전화해 끊임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날 내 눈물과 함께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늘을 보고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을 자꾸 주느냐'하고 원망에 원망을 계속해서 했다. 아마도, 내가 하늘을 가장 원망한 날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하늘의 탓이 아니라 결국 준비와 실력이 부족했던 내 탓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누구나 하늘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정말 아까웠고 정말 원망스러웠다.
3년의 경험과 새로운 도전
그리고, 나는 이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기간제(계약직) 교사를 시작했다. 비록, 정규직 교사는 아니었지만 교무실 내 자리에 적힌 김 OO(체육)이라는 명패를 보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리고 30명가량의 나만 바라보는 귀여운 중1 담임 학급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그 생활에 빠져들었다. 물론, 임용고시의 꿈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나의 천직은 역시 교사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진심으로 주말이 오는 것이 싫었다. 주말 이틀 동안 사랑하는 나의 모든 제자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고, 월요일이면 행복했다. 그 이후로 동탄, 화성 병점,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학교를 거쳤다. 그저 평범한 교사가 되는 것이 싫었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들을 계속해서 만들고 배포했고, 아이들은 그런 나의 체육 수업을 신기해하며 많은 보람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10년, 20년 몸담고 있는 선배 교사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당시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회사 생활을 함께 지켜보았다. 물론, 정말 귀감이 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존경받을만한 교사들도 많았지만 안정된 환경과 반복되는 업무가 만들어내는 매너리즘은 교사들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작용하고 있었다. 내가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게 된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당시 주식과 코인이 모든 직장인들에게 핫한 주제일 때였다. 한 고령의 교사는 쉬는 시간마다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주식 정보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한 고3 학생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고쳐달라며 그 교사를 찾아왔다. 휴게실에서 쉬던 그 선생님은 정말로 짜증 난 표정과 말투로 그 학생을 나무랐다. 그 선생님 또한, 어떠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나처럼 임기 초반에는 열정이 넘쳤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모습이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두 번째는 내가 3,000원가량되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하던 순간이었다. 내 친구들은 연봉과 보너스, 그리고 회사에서 다루는 돈이 천만 원, 억 단위가 넘어가는데 빗자루 최저가를 검색하던 나에게 웃기게도 현타가 와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교사들을 존경한다. 내가 교직에 몸담았던 3년 동안 얼마나 대단한 교사들이 학교에 즐비한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3년 동안 수많은 시도와 혁신적인 체육 수업을 외치며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교직을 내려놓고자 하는 나의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직도, 내가 전직 교사였다고 하면 주변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후회하지 않냐고,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겠다고. 그런데, 정작 나에게는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왜냐면 나는 내 인생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체육교사를 했고, 내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에게는 인생에서 넥스트 스텝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대단한 결정을 한 것도 아니고, 용기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한 그날 밤, 그날따라 어머니는 잠에 들지 않고 식탁에 앉아 계셨고 나는 말했다. "교사를 그만두려고요." 그랬더니 돌아왔던 어머니의 대답에 나는 큰 힘을 얻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반드시 너에게 예비된 길이 있을 거야
나는 감사하게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취업을 준비하고 2개월 만에 메타버스 IT기업에 취업했고, 지난주 딱 만 2년을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2년 안에 마케팅팀 팀장이 되고, 마케팅실 실장이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았다. 시기가 잘 맞았고 타이밍이 좋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 좋은 시기에 나에게 찾아왔다. 그래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에서는 각종 규정을 뛰어넘고 성장을 하게 되어 '룰브레이커'라는 말도 듣게 되었다. 어떤 직장인이나 그렇듯 매일 그 일이 행복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도 많고 힘든 일도 참으로 많았다.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동료도 있었고, 회사가 이해가 안 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자신의 성장과 자신의 커리어이기 때문에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나는 이 감사하고도 감동적인 2년을 보내면서, 항상 돌이켜 생각해 보는 것이 있다. '내가 만약 임용고시에 합격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는 교직을 내려놓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평생이 보장된 직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더더욱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동네 놀이터 그네에 혼자 걸터앉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비를 혼자 다 맞으며 뜨거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고 하늘을 무지하게 원망했었지만, 지금 나의 인생을 되돌이켜 보면 2차 실기시험에서 손이 미끄러져 배구공을 놓쳐버린 그때 나의 원망스러웠던 실수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나에게 부모님은 "하늘이 분명 예비해 두신 너만의 길이 있을 거야"하고 위로를 해주셨다. 이제서야 나는 그 말이 깊이 이해가 된다. 미치도록 원망스럽고 아프던 그날의 나의 실수와 실패가 결국 나의 인생이라는 지도를 만들었다.
잘못 든 길이 만든 당신만의 지도
최근에 차를 타고 가다가 내비게이션을 잘못 봐 길을 잘못 든 적이 있다. 그런 순간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 내 성격상 '음 그냥 돌아가면 또 어때?' 하며 다른 길로 접어들었고,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동네의 새로운 광경이 참으로 나를 감명 깊게 만들었다. 한 순간 내비게이션을 잘못 보아 잘못 든 길에서 나는 내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네를 구경했고,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내가 한참 인생의 실패를 맛보았을 때 좋아하던 노래의 한 가사가 있다. 그게 바로 '잘못 든 길이 때론 지도를 만들었잖아'라는 문장이었다. 그때는 눈물을 훔치며 부르던 노래가 이제는 나의 인생에서 뜻깊은 한 문장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최근에 98세 할머니의 인생 조언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얘야,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돌이켜보면 실수와 실패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실수와 실패가 결국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배움이었단다."라는 조언이었다.
내가 지난 글에서 인생에서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었다. 결국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을 질 것이고, 그럼 그 선택은 후회가 아닌 하나의 기회로 찾아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기회는 반드시 당신에게 큰 배움이자 당신만의 인생 지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내가 최근에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습관처럼 말하는 한 마디가 있다.
인생 참 재밌지 않니?
우리는 정말로 내일 어떤 일이 우리에게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당신의 오늘도 의외의 순간과 만남으로 가득 찼을 것이고 내일 또한 그럴 것이다. 죽도록 사랑하던 사람과 남남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며, 누군가와 뜨겁게 사랑을 하게 되는 것 또한 인생에서 엄청나게 순식간에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지금 실수와 실패로 고통스럽다면 그 실패가 기회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당신이 겪었던 실수와 실패들을 오늘 밤 천천히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그때의 교훈과 배움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지도와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오늘도 실수를 하고, 내일도 실수를 할 것이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실수와 실패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지금 당신의 선택이 결코 '실패'가 아닌 '당신이라는 인생의 지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당신의 선택이 실수가 되거나 실패가 될 수도 있다고 미리 걱정한다고한들 결코 미래의 당신에게 그것은 실패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당신의 인생의 길이 지금의 멋지고 아름다운 당신만의 인생 지도를 만들어 냈듯이, 당신의 지금의 선택과 아픔과 실수와 모든 것들이 결국은 당신이라는 인생의 멋진 지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나의 글의 당신에게 작은 물결이 되어 당신의 인생 지도에 한 스푼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언젠가, 나에게 꼭 당신만의 인생 지도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들려줄 날이 오길!
나 또한 그날이 오면 또 나의 새로운 색깔과 그림으로 가득 찬 내 인생 지도를 보여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