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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Apr 23. 2024

23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직장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고 겨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직장을 나가지 않으니 하루하루가 굉장히 길면서도, 생각할 시간이 참으로 많아서 좋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굳이 불안할 필요 있는가? 뭘 해도 잘할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매우 즐기고 있다. 마음의 휴식과 여유로운 따스한 햇살과 해가 지고 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열심히 달리며 맞이하고 있다.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나에게 가끔은 뇌의 버튼을 끄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결국에 나는 깊이 남 생각을 하고, 항상 수많은 꿈을 꾸며 잠을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저 지금을 즐기고 있다. 


2022년 12월 31일, 한국 맥도널드의 초코콘이라는 메뉴가 단종되었다. 그전까지는 항상 술에 취하거나 점심을 먹고 나면 초코콘을 찾곤 했다. 그런데, 2022년을 끝으로 초코콘 메뉴가 단종되고 나서부터는 항상 주변인들과 그리워한다. 무엇도 아닌 그저 '초코콘'을. 우리는 누구나 익숙함의 소중함을 모른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 언제까지나 당연히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없어지면, 그제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떠나서 멈추어 보면 그제야 그 소중함이 보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권태기가 오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돌려 버린다. 또,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은 부모님도 매일 함께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내 옆에 언제까지나 필요할 때 있을 것 같은 맥도널드의 초코콘처럼 인간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있을 때는 그 소중함과 귀함을 모른다.  


오늘의 제목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에서 따왔다. 실제로 지금 모든 것을 멈추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실 아직도 보일락 말락 하는 것들이 많지만, 결코 이 시간이 헛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최근에 정말 깊이 세기고 계속해서 되뇌는 말이 있다. 바로 소설가 김홍신 님이 강연에서 한 말인데 굉장한 마음의 울림을 주었다. 


굶어 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걸.


나는 이 연설을 보며, 참으로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감명과 함께 깨달음도 얻었다. '아, 잃기 전에 깨달아야 하겠다.'라는 가슴의 뜨거운 계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아, 인간은 누구나 익숙함의 소중함을 금방 모르게 되기 마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 말에 수많은 사람이 공감했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면서도 약은 존재이기 때문에 잃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에게 지독한 불면증이 찾아왔다고 해보자. 당신은 생각 없이 밤 10시에도 베개에 머리만 대면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들던 그때가 그리워질 것이다. 우울증이 오면, 약 없이도 매일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하던 그때가 미칠 듯이 그리울 것이다. 지금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가 당연하게 느껴지고 너무도 익숙하다면, 언젠가 그이가 떠났을 때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내 인생을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지만, 깨달았을 때는 아쉽게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개그맨 박명수의 어록이 있지 않은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늦었을 때다. 

그러니, 지금 행동해라.


그렇다. 우리가 무언가를 멈추고 바라보았을 때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미 너무나도 늦은 경우가 많다. 아니, 이미 늦었다. 그럼, 늦었다고 깨달았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다시 무언가 행동에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 늦었기에 포기한다면, 회피한다면 당신의 인생에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후회'라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완수하지 못한 과제는 반드시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늦었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해본다면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는다. 기억에는 남을지라도.


모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망하듯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내 인생이 얼마나 조급하고 마음 급했는지, 내가 얼마나 옹졸했고 내가 얼마나 작은 것에 휘둘렸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반드시 회복적 탄력성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칠 대로 지친 생각과 삶을 사는 우리에게 휴식과 여유는 우리에게 새로운 배움과 교훈을 준다. 생각보다 마음의 상처와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느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꼴찌인데 자살률은 1등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우리는 지금 정말로 무언가에 고통받고 있고, 무언가에 엄청난 부담을 지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명, 수천 명의 한국 사람들이 죽음을 머릿속에 품고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니, 잠시 멈추어 갔으면 좋겠다. 나 또한 지금의 이 시간들 속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시간들이 괴롭고 외롭지만, 시간은 반드시 당신에게 성장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 내 주위에 있던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미소와 호의가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나에게 주었던 사랑이 얼마나 가슴 절절하고 어려운 것이었음을.

그럼에도, 지금의 우리가 깨닫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당신에게는 당신을 믿고 누구보다도 더 응원하고 믿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을. 


멈추어 보면 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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