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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Apr 25. 2024

24화. 벚꽃이 흩날리던 퇴사날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내가 정말 사랑하던 회사의 퇴사를 결정하던 날, 동료들과 햇빛 따사로운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있는데 그날 풍성하게 피어있던 핑크빛 벚꽃들이 아름답게 흐드러지게 폈다가 아름답게 바람에 날리며 떨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퇴사하며 '참 좋은 날 2년 동안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난다'하고 서로를 위로했고 응원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 아름다운 것은 지는 것도 아름답구나


우리는 인생의 바닥을 치는 것 같은 순간에 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죽을 것만 같은 가슴 찢어짐과 여러 가지 합병증을 경험한다. 가령, 불면증, 공황발작, 우울증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그런 마음의 병들은 절대로 나를 죽게 놔두지 않는다. 내가 우울하다고 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이 때다 싶어 나를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난, 오히려 바닥을 친 나의 기분과 나의 하루가 반드시 반등할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내가 조직의 리더라면, 나 또한 조직원의 질병을 그렇게 걱정할 것이기에 그 걱정은 100% 이해한다. 그것이 조직을 이끄는 이의 리더십이자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꽃 피웠던 우리가 지는 순간은 그 순간도 반드시 아름다울 것이며 또 다음 봄이 금방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려한 분홍색으로 세상을 수놓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지금 당신의 시간을 지나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더라도 나는 그 순간 또한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힘들고 지치고 번아웃이 오고 잠도 안 오고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운 순간이 왔다면, 그것은 당신의 끝이 아니라 당신이 그만큼 만개했기에 이제 아름답게 한 번은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흩날릴 때가 온 것이다. 그 시간이 오면 당신이 바닥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도 당신을 보며 아름다워하고 고마워하고 응원할 모든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분홍빛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며 떨어졌던 4월의 어느 날, 나의 끝은 또 다른 만개의 날을 기다리며 그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


당신의 지침과 우울함, 그리고 추락이 추락이 아닌 아름다움임을.

바닥을 치는 것 같은 고통과 고난이 바닥에 또 다른 분홍빛 아름다움을 선사해 내는 벚꽃잎처럼 다시 만개하기를. 우리는 반드시 다시 따뜻한 봄날의 벚꽃나무처럼 풍성하게 꽃 피울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은 머지않았다.

조급할 필요 전혀 없다. 금방 올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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