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계

영혼이 깃드는 시점이 언제였는지 잊어버렸다.

by 휴사


부드러운 마룻바닥 같은 곳에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닿지 않을 것만 같던

맹한 바닥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가 드문드문 놓여있던 뜨듯함에 이끌려 그 근원지에 무심코 손을 대어버렸다.



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진 이 덩어리는 왜 이리도 가련한지.

조금만 더 힘을 줬다가는 그대로 조각나

내 얼굴 위로 흩어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손에 들어간 힘을 빼는 일 없이

지그시 힘을 더해갔다.






왜 그랬냐고 내가 나에게 물어보아도

그 약동은 내 심장박동과는 관계없다고 툭 내뱉게 된다.





근원 없는 파괴본능과 끊이지 않는 고통이 버무려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내 손아귀의 맥박이 끊어졌다.

내가 너무 강하게 쥐었기 때문인 건가.

이런 가당찮은 의문을 끝내기도 전에

더는 힘차게 움직이지 못하는 핏덩어리가

내 예상을 비웃듯이

하늘로 퍼져나갔다.



이럴 때에나 힘차게 늘어져서야 어디 써먹겠나.

적잖이 실망했다.

적어도 그 뜨거운 보혈만큼은 내 눈과 입을 적셔줄 것이라 생각해서일까?

매번

홀로 무엇도 행하지 못하면서

버리지 못한 분노를 벼려 세상에 향한다.





그런 자괴에 오늘도 흠뻑 젖었지만

지금만큼은 조금 달라져보기로 한다.

왜 지금껏 세상과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는지

한번 의문이라도 품어보자는 마음으로 되짚어봤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이지만 알아챘을까.

내 몸속에도 피가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에 전율했다.

지금까지 나 자신도 감히 움켜쥐어본 적도 없었으면서 온 세상을 마구 긁어대던 나 자신을 알아챘다.


이건 뭘까.

빨간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주욱 퍼졌다.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에게 어지간히도 실망감을 품을 무렵

내 손으로 직접 터트린 건 내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왜인지

눈물이 한 방울정도 볼을 타고 흘러주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흐름에 몸을 맡겨 잠겨있는 찰나.

이내 열을 잃은 핏덩이들과 눈부심이 날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살아있다.

지금 그렇게 느낀 건가.

온기 없는 벽이 내 적의조차 덮어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기적인 나에게도 무상의 사랑을 주어서일까?



아까까지 따듯했던 세상이 내게 품었던 감정이 이윽고 물밀듯이 전해져 왔다.

이런 식으로 다들 울게 되는 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언젠간 엄마가 될 여느 여인의 뱃속에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