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코드
목으로 자아내는 아날로그 코딩에 대한 기억의 단편선
by
휴사
Mar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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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정상에 올랐다면 자신 있게 한 번쯤은 외쳐보는 말이 있다.
내가
외칠 때엔 산맥의 높은 벽도 그때만큼은 함께 메아리친다.
야호!
오늘, 여기
는 3번
산의 이름과 메아리가 울린 횟수를 너무 얇아 하찮게 느껴지는 노트에 소중히
적어 내렸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산에게 내가 굳이 굳이 흥미를 느낀 이유란 무엇일까?
특히 요즘 들어 많은 것이 고갈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인생처럼 오르기 힘든 산이란
나를 빛바랜 사회에서 살아가게 만들어줄 힘을
길러주는 도전요소가 되어준다.
라는
해학적인
이유를 대는
굳센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그런 강직한 이유를 빗들어 저리도 높은 산을 바라보지 않았다.
콘크리트의 숲. 그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니
안심하고
소리 지르는 날이 없어져 무미건조, 오비토주한 삶의 단편에서 나는 매 순간 내게 달라붙는 무채색을 떨궈내고 싶었다.
빌딩과 비슷하게 하늘과 가깝지만 이리도 촉촉한 곳에서
내 수분을 하늘에
띄우는 것을 무심코 즐기게 되었다는
오히려 앞선 내용과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오색빛깔 산들의 정상을 찍고 싶어 진 게 내 경우라는 것을 가듬어 보니 역시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일종의 힐링에 가까운 개념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싶다.
이 얘기까지 듣고 나서도 반복되는 삶이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이며, 그렇기에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일을 한 차례 돌아보는 날이 올
때에 나만의 이유가 조금이나마 답이 되어주면 그건 그거대로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이 정도 수준의
궤변이어도 가벼운 것을 즐기는데에 있어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느꼈으니
난 그저 즐기기를 선택했다.
물론 이런 식의 사고방식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나름 밝았다고 느낀
과거의 나날에 묶여
어릴 적
에 꿈꿔왔던 넓은 세상은 너무나 비좁았다는 걸
간신히 깨달아서인지.
이미
열화된 나날 속에만 존재하던 긍정적인 감정들을 다시금 얻으
려 손아귀에 힘을 줘 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과거는
나에게 많은 양의 무의미한 것들만을 쥐어줄 뿐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난 지금 이
순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할
뿐이다.
대지 위에서 대기가 가장 희박한 이런 곳
.
개중에 누구는 비좁은 정상에 답답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냐고 반박하듯이 산 중턱에서 외쳐보는 창쾌한 외침에
기쁜 몸부림을
치게
되는
것 또한 산을 빨아들이는 기초적이며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니 꼭 시도해 보길 바란다.
명쾌한
형태의 피톤치드가 코를 타고 흘러와 몸 전체에 흐를 때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내가 하늘밑에서 땅을 타고 걷는다는 이 감사함을
이런 때
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산을
내려가며 드는 생각들 중에
가장 깊게 메아리치는 한시적인 잡념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떠하려나?
시시하게 느껴지는 개인의 이야기는 이쯤 하고.
요즘은 산에 바람이 잘 통한다.
넓기만 한 자연에 갈수록 사람의 족적이 별로 눈에 띄지 않게 되는 모습은 스마트해지는 현실의 표상이다.
이미 지상에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기에
나 같은 별종 외의 평범하게 바쁜 이들에게는
많은 부분에서 무가치한 등반이라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건 내가 거의 산을 전세 낸 꼴이나 다름없는 인구밀도가 아닐까...?
그래.
애초에 사람이
적은 곳을 찾다 보니 도달한 이유가 가장 컸으니까!
오히려 선뜻 내딛는 진심이 있지만 속으로는 내심 아쉬운
그런 잡념을 쉬이
대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의 전심 제1장이다.
그렇게 곱씹으며 나를 한차례 진정시킨 후 오늘도 정상에 향하는 층계참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되짚는다.
---
평소처럼 땀이 식어가며
안녕
!
보이지도 않는 악바리를 썼다.
이곳은 내가 평소에 다녔던 산맥들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었기에
몇 번 되돌아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내 목소리가 이곳저곳에 부딪치던 틈을 타서
꽤나
좋은 곳이라는 자답과 함께 샤프의 끝을 누르는 그때
.
나보다 높은 톤의 앙칼진 메아리가 미비하지만 고요하게
안녕
이라고
분명 '
안녕
'이라고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귓전에 부드럽게 닿았다.
볕이 옅어지는 초행길에서
다른
존재의 숨 자체가 드물게 느껴지는 삶에서도
누군가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감정 또한 초행이었다는 사실이 살짝이지만 찌릿거렸다.
매번 오르던 산
.
그런 산이니 조금 다른 곳에 있다 해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아둔함과 버무려진 무의식이 가져다준 익숙함을 한꺼번에 떨치게 해 준 그 메아리.
짧디 짧은 한마디로도 지금껏 대부분 잊고 있던 설렘이라는
어릴 적의 땀방울을 되살려준 그 메아리를 기억해 주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적어보았다
.
지금, 이
고도에서, 두 겹의 능선 너머로의 울림은 자그마치 4번이었다.
이 글을 쓰기에 이르게 한 멀리 떨어진 산에서 튕겨 나왔을 부끄러움 하나 느껴지지 않았던
이름 모를 타인의 외침 한 줄기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에게까지 시간을 거스르는 듯 다시금 당도했다.
그렇게 메아리친 기억이 나에게 이런 글을 쓰게 할 줄은 역시 누가 알았을까?
초광, 초행의 설렘을
단 한 장의 사진조차 없이
고스란히 담아냈던
내 노트를 겨우겨우 낡아버린 책장의 볕이 잘 드는 부분에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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