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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Mar 09. 2023

하우스홀릭 13.  봄이 내어주는 먹는 풀들

집에 살다

     

  전원에 들어와 살다 보니 이래 저래 더 많은 채소를 만나고 키우고 먹게 되었다. 산 옆에 있는 주택이어서 그런지 봄이 되면 워낙 그 자리에서 자라던 온갖 풀과 채소가 먼저 등장한다. 제일 많은 것은 우리나라 전 국토에서 쑥쑥 자라는 쑥이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도 슬금슬금 연한 쑥이 올라오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처음 올라오고 있는 쑥을 캐면 순한 향이 올라오는데 살짝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거나 새우살 다져 넣고 쑥전을 부치면 맛이 그저 그만이다.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돌나물이 여기저기서 서서히 번져간다. 처음에는 이게 이끼인가 생각했는데 커져가면서 오동통하게 돌나물의 형체를 만들어간다.  비어있는 마당 여기저기서 무리 지어 자라나서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칼슘이 많다는 돌나물은 깨끗하게 씻어 초고추장을 얹어 먹거나 돌나물 물김치를 담그면 특유의 톡 쏘는 것이 시원하고 깔끔한 맛있는 반찬이 된다.


                                                            

 두릅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수확물이다. 삐죽하게 마른 가지처럼 서있던 두릅나무에서 봄과 함께 새순이 올라오는데, 일단 새순이 올라오면 하루하루 빠르게 큰다. 가시 많은 엄나무 순도 마찬가지다. 두릅과 엄나무 순 채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서서히 연한 순으로 올라오다가 손바닥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때 조금 기다렸다가 재빨리 수확해야 한다.  아가 손처럼 살짝 피었을 때 따지 않으면  사나흘 사이에 무성한 나무처럼 커져버리고 그러면 질겨져서 먹기 힘들어진다.  시장에 나오는 두릅이 비싼 이유도 아마 먹기 가장 좋은 타이밍을  맞추어 따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릅 역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으면 '봄이구나'하는 맛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채소인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조금 커버린 두릅의 경우에는 두릅 튀김을 해서 먹으면 전혀 다른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두릅은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순마다 나오는 시기가 다른데 볼 때마다 잘 따서 김치냉장고에 수분 날아가지 않게 잘 보관했다가 가족들 많이 모이는 날에 튀김을 해서 내놓으면 고기반찬보다 인기이다.


  참 돌나물 옆에 야생부추도 봄 식탁에 한자리한다. 통통하게 올라온 봄 부추는 아무나 함부로 주면 안 될 정도로 영양이 대단하다고 한다. 뽕나무 아래 그늘에서 조금씩 자라던 부추가 점점 번지더니 어느덧 저절로 부추밭을 만들어 버렸다. 반찬 없으면 가위하나 들고나가 되는대로 자르는데 금방 한 움큼 된다. 깨끗이 씻어 소금과 고춧가루 조금, 매실청과 참기름 조금 해서 생채 무침을 하면 그걸로 요리 끝이다.  



  이 외에도 민들레 잎도 맛있다고 해서 깨끗한 것으로 캐서 고추장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먹었더니 특유의 달큰한 향과 함께 행복한 맛이고, 더덕 비슷한 뿌리를 갖고 있는 잔대, 그리고 야생 취나물도 몇 년씩 자라고 있다.  땅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 같다.  아직도 나물을 잘 분간할지 몰라서 내 입으로 안 들어가고 그냥 피었다 지는 풀들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굳이 그 이름을 다 알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야생초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망초도 나물로 해 먹고, 칡꽃도 차로 우려먹고 등등 많은 정보가 있는데, 이 풀들을 다 먹으려면 나도 힘들고 또 내 몸에도 너무 많은 영양분이 남을지도 모르니, 먹는 것은 먹는 대로 보는 것은 보는 대로 봄 꽃과 풀들을 즐기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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