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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희 Feb 28. 2023

정치가 늙었어요...

[의원 중 가장 만만한 기초의원 이야기] - 열

경기도 안성시의 평균연령은 45세다. 현 안성시의원 8명 중 7명은 그보다 늙었다. 막내인 민주당의 한 의원이 31세로, 그 젊은 나이에 의원이 됐다고 주목받는다. 희귀한 사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2,601명 기초의원(비례의원 제외)의 연령을 보면 20대가 54명, 30대가 231명, 40대가 486명이다. 50대는 1,122명, 60세 이상은 701명이다. 놀랍게도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체 당선자의 70%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은 44세다.      


직전 국회의원의 선거에서는 당선인 253명 중, 20대는 0명, 30대 6명, 40대가 28명이었다. 이에 반해 50대는 157명, 60세 이상은 59명으로, 국회의원의 약 90%는 평균연령보다 늙었다. 이 수치도 압도적인데 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에서는 더 몰려서, 226명 중 50대 이하는 6명밖에 없다. 50도 되기 전에 지자체장 된 사람은 희귀종이거나 멸종위기종이다.     

연령으로만 보면 20대는 20대를 대표할 정치인을 가지지 못하고, 30대는 30대를 대표할 정치인을 가지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도 무방한 것인지, 나는 이런 질문이나 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계급배반투표의 원인 중 하나가 과연 저 사람이 의원이나 시장이 될 만한 그릇인가, 소위 '깜'이 되는가를 본다고 한다.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아 지위나 재산이 있거나, 리더가 될 만큼 똑똑해보여야 유권자가 찍어준다는 얘기다. 그런 '깜'이 되는 사람이 '없는 자'의 편을 들어줄 것인가 하는 기준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20대와 30대를 대변할 정치인은 누구?     


사회적 지위가 되고, 성공해서 재산이라도 있으려면 자연스레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하고픈 얘기는 현상적으로 그러하나, 또 현상적으로는 앞으로도 그러할 텐데 그게 맞느냐 하는 것이다. 2,30대 청년층이 자신들을 대변할 사람으로 50대나 60대 정치인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      


이즈음 빠니보틀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놀란 지점이 있다. 빠니보틀과 그의 청년들이 대화를 하는데  용어가 온통 게임 속 말들이었다. 얼라, 호드, 배그, 파밍 등... 게임을 해보지 않은 나는 그 비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구독자이자 팬으로서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이 차이가 있지도 않은데(?) 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쓰고 있었다.

      

소통도 이럴진대, 정치판의 주류인 부모뻘 세대가 얼마나 청년층의 사정을 속속들이 공감해 그들의 권익을 위해 싸워줄까? 23년 안성시의 사업 중에는 ‘청년’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사업이 많이 좌절됐다. 청년정책 추진, 청년창업 지원, 청년고용 지원, 청년주거 지원, 청년농업인 육성 등등...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삭감의 이유는 그저 ‘불요’, ‘과다’ 단 두 글자로 적혀 있을 뿐이다. 내막은 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이 서로 다른 사정이라 보여지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국민의힘이 자신의 지지층이라 볼 수 없는 청년층을 대변할 의지는 없는 것 같다. 대신 국민의힘은 참전용사 등에게 지급하는 보훈명예수당은 대폭 올렸다.     


청년 관련 사업예산이 많이 깎였음에도 청년들은 말이 없다. 청년사업도 없으니 안성은 점점 더 늙어갈 듯하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이미 2006년 한국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전망했다고 한다. 사라진다고? 한국인의 멸종.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절망한 청년을 살피지 않고 이를 그저 청년층의 안일함과 성향 문제로 여기는 ‘꼰대’들이 정치판의 주류를 이룬다면 문제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어쩌면 지금 상황은 청년층이 독립운동하듯 정치판에 개입해 난장을 벌여야 할 때는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 : Unsplash의 Chang Duong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 이제 정치인도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군으로서 인정받아, 일찍 시작해서 일찍 자리 잡는 풍토가 필요할 듯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각종 단체나 모임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투표도 그렇다. 깜이 되는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 자신들을 대변할 사람을 찍는 습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늘 그랬듯 청년층의 투표율이 가장 낮다.      


돈 없어도 출마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선거 나가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물론 조합장 선거나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돈봉투가 오간다고들 말하지만, 추세적으로는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 걸리면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같이 깜빵간다.

         

여기에 보태 선거비용 제한액이라는 게 있다. 선거에서 쓸 수 있는 돈이 공식적으로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 이상은 쓰면 걸린다. 그렇게 법규 잘 지키면 선거비용으로 들어간 돈의 많은 부분을 국가에서 보전해준다. 물론 용도에 맞게, 투명하게 썼을 때 얘기다. 이론상으로는 자기 돈 거의 안 들이고도 선거 뛸 수 있는 셈이다. 

       

제8대 지방선거 선거비용제한액


위의 사진이 지난 지방선거 선거비용제한액이다. 어떤 선거냐,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제한액이 다르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제한액이 평균 4,700만원이다. 선거 한 달 앞두고 뒤늦게 뛰어든 나는 후원회도 만들지 않았지만 제한액 안에서 쓸 것을 다 썼다.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보전 받은 액수도 대략 80% 이상 됐던 것 같다. 돈 거의 안 들이고 선거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선거를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다.  

    

'평생' 정치를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모두가' 정치를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런 태평성대는 장담컨대 앞으로 없다. 정치가 내게 해주는 게 뭔데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정치는 주는 것은 없어도 내가 가진 무언가를 빼앗아갈 수는 있다. 당장 23년 안성시 본예산 대거 삭감 사태로 청년은 받아야 할 공공서비스 혜택을 빼앗겼다. 정치적 이유로 인해 소외당하는 계층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정치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한다. 특히 청년층에서... 나는 지난 대선 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거를 하루이틀 앞두고 많은 청년들이 정치적 커밍아웃을 하는 것을 보았다. 가슴이 벅찼다. 당당해보이고 자랑스럽고 좋았다. 내 아이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챗GPT가 판결문도 써내는 시대.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는 이 시대가 무섭다. 무서워져서 돌아앉아 이 '아리랑의 나라'가 살아남자면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고 독백이나 하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기는 하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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