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날은 분명 시작이었다
팸플릿을 다시 한 장씩 넘겨봤다.
이름이 틀려 있었다.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 이제 어쩌지?’
물론 내가 잘못 써서 인쇄가 잘못 나온 거였지만,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지금처럼 바로 수정해서 다시 인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종이를 오려 틀린 글자 위에 하나씩 붙이며
수정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매달린 끝에
연주회 바로 전날 새벽이 되어서야 모든 수정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일 리 없었다.
걱정 때문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
새벽 세 시쯤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아… 연주회가 5시 반인데…’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이 들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부재중 전화 수십 통과 문자 메시지가 잔뜩 와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시고…”
“레슨 그만두겠습니다.”
같은 내용의 문자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순간, 눈물이 터지며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흥건했고,
다시 시계를 보니 오전 7시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연주회 준비물을 하나씩 점검했다.
MP3, 악기, 악보, 팸플릿…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그때 사회를 봐주기로 한 지환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 몇 시까지 가면 돼요?”
“혹시 좀 일찍 올 수 있어? 세 시쯤?”
“알았어요. 세 시까지 갈게요.”
짐을 챙겨 학동역에 있는 신한아트홀로 향했다.
긴장 때문인지 손이 계속 떨렸다.
‘잘 끝낼 수 있을까?’
‘망하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도착한 연주홀에는
이미 지환이가 먼저 와 있었다.
근처 카페에 잠시 들렀다가 연주홀로 돌아오니
리허설 시간이 코앞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한 명씩 무대에 올려 연습을 시켰지만
긴장 때문인지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걱정과 불안이 마음속에 가득 찼다.
드디어 연주회 시작.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얼굴은 달아올랐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2악장,
문리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다행히 연습 때보다 훨씬 잘해주었다.
그런데 한 분의 악기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침수건을 벨 안에 꽂은 채 연주하고 있었던 것.
웃음으로 넘긴 해프닝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웃을 여유가 없었다.
약 두 시간의 연주회가 끝났고,
녹초가 된 몸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기쁨의 눈물, 안도의 눈물,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이 뒤섞여
펑펑 울면서 걸어왔다.
그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연주회는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