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23편-모두가 떠나던 시간

가장 비어 있던 순간, 가장 뜻밖의 시작

by 문석환

신종플루는 2010년 초가 되어서야 계절형 감기로 분류되었다.


그때까지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신기하게, 신종플루가 한창이던 그 시기에 만난 학생들 덕분에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그 기간에도 꾸준히 나와 주신 몇 분의 성인분들과 함께


훗날 전공으로 이어지게 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이 수인이었다.



2009년 여름,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 무렵 학원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 아이가 초등학생인데요,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어요.


개인 레슨을 받아보려고 문의드렸어요.”


“네, 언제든지 오세요.”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뒤, 학생과 어머니가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가 들고 온 악기는 플라스틱 클라리넷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의욕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고,


솔직히 어느 정도 하는지만 보고 결정하려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첫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소리 자체가 너무 좋았고, 음악성이 단번에 느껴졌다.


욕심이 났다.


“혹시… 전공을 시켜볼 생각 있으세요?”


“네? 저희 아이가 재능이 있나요?”


“지금까지 들어본 소리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좋아요.”


그렇게 몇 달을 배우고, 수인은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다.


그리고 전공의 길로 들어섰다.



다만 내가 계속 가르치기에는 아이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


결국 다른 선생님께 보내야 했다.


마음은 아팠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같은 시기에 또 한 명의 학생을 만났다.


나은이라는 학생이었다.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였고, 이미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솔직히 ‘조금 배우다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 소리를 내는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소리가 너무 잘 났다.


‘아… 내가 진짜 잘 가르치나 보다.’


그때는 그렇게 착각할 만큼 열심히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아이가 전공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한데… 한 번 도전해 볼게요.”


그렇게 1년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나은이는 덕원예고 편입에 합격했다.



이 역시 이후에는 더 좋은 선생님께 보내야 했지만,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2009년에 만난 이 인연들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소중한 만남들이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지나간 자리는


온통 상처뿐이었다.



학원은 다시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마스크를 쓰고 주변 아파트 단지와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렸다.


문의는 거의 없었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연주회를 다시 열 상황도 아니었고,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2010년 초, 학원을 연 지 4년째.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고,


나는 여전히 어둠 속을 혼자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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