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24편-믹스커피 한 잔, 사기 전화

평범한 하루를 흔든 전화 한 통

by 문석환

어느 날, 어김없이 학원에서 우두커니 앉아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문의 전화인가 보다.’


반가운 마음에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문의 전화는 아니고요, 홍보업체인데 도움을 드리려고요.”


“아… 홍보요?”


“네. 요즘은 인터넷으로 학원을 많이 찾으시잖아요. 키워드 검색하면 최상단에 문클라리넷이 뜨게 해 드릴 수 있어요. 그러면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아, 그런 게 있었어요?”


“네. 이제는 전단지로는 홍보가 잘 안 됩니다.”


“가격은요?”


“지금 이벤트 중이라 저렴하게 가능하고요, 할부도 됩니다. 부담 없으실 거예요.”


홍보가 절실했던 나는, 거의 망설임 없이 계약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날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문클라리넷’이 최상단에 떠 있었다.


‘이제 됐다. 진짜 학생들이 몰려오겠구나.’


혼자서 그렇게 착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검색창에서 내 학원 이름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급한 마음에 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수십 번을 걸어도 같은 안내만 반복됐다.


그제야 깨달았다.


‘… 사기구나.


예전의 트라우마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했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은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모아놓고 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은 학원에도 나가지 않았다.


집에만 틀어박혀 스스로를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겨우 마음을 추슬러 학원에 나갔지만,


문을 여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학원 자체를 마주하는 게 괴로웠다.


그냥… 버티는 삶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 학원 전화가 울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또 홍보 전화겠지…’


몇 번이나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는 계속 울렸고,


결국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아, 클라리넷에 관심이 있어서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에 들어가 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악기를 바로 구입하고 싶은데, 오늘 가능할까요?”


“네, 그럼요.”


곧바로 거래하던 악기사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히 악기가 있다고 하셨다.


몇 시간 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갑자기 회사 일이 생겨서요. 내일은 어떠세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다음 날도 취소.


그다음도 취소.


몇 번의 취소 끝에 드디어 약속이 잡혔다.


‘오늘은 괜찮겠지…


도대체 얼마나 바쁜 분이시길래.’


예술의 전당 근처 악기사로 향하던 중,


문자 한 통이 왔다.


“선생님, 저 악기사에 도착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악기사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문의 전화를 주셨던 그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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