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1편-연주회가 끝난 다음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침은 왔다

by 문석환

그날 이후, 이유를 몰랐다


연주회가 끝난 다음 날부터


문자가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아이 일정이 맞지 않아 더 이상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연주회 끝나면 늘 몇 명은 그만뒀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문자는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두 통, 많을 땐 세 통.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스무 명 가까운 학생이 학원을 떠났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묻지 못했다.


혹시 내가 듣기 싫은 답이 돌아올까 봐


그게 더 두려웠다.


나는 계속 다른 이유를 찾았다.


연주회가 여름이어서 그랬나,


올림픽 기간이어서 정신이 없었나,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였나.


‘연주회 한 번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나갈 리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만 찾았다.



사실 그때의 나는


너무 바빴고


너무 잘 나간다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학생 수는 늘었고


스케줄표는 빽빽했고


연주회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그게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날 연주회에서


아이들은 무대 위에 혼자 서 있었고


부모들은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고


나는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날의 지체된 시간보다


더 길게 남은 건


신뢰가 흔들린 순간이었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열심히는 했지만


잘하고 있지는 않았다.


학생 입장이 아니라


내 욕심으로 연주회를 만들었고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앞서 있었다.


그걸 깨닫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거 하나다.


“그때 넌 실패자가 아니었어.


다만, 아직 배우는 중이었을 뿐이야.”



그렇게


2012년의 여름은 지나갔고,


나는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사람이 되었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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