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0편 -무대가 멈춘 날, 신뢰도 함께

박수가 멈춘 뒤에야 알게 된 것

by 문석환

그날 연주회는,


내가 가장 자신 있었던 무대였다.


학생도 많았고, 프로그램도 컸고,


나는 내가 잘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연주회는 오후 5시 30분에 시작이었기에


4시쯤 도착해 리허설을 시작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몇몇 학생들은 조금 늦게 도착했고,


먼저 온 순서대로 리허설을 진행했다.


피아노 반주자가 있는 학생들 위주로


반주 맞추는 리허설을 먼저 했다.


사회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세중이가 맡아주었고,


지금은 남스클라리넷을 운영 중인 윤준이가 도와주러 와줘


마음이 한결 든든했다.


하지만 피아노 반주 리허설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MR 반주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졌다.



결국 시간 관계상


MR 학생들은 리허설을 하지 못한 채


연주회가 시작되고 말았다.


앞 순서는 내가 직접 반주해 주는 초등학생들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분명히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기에


MP3 연결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저… MP3 연결 지금 될까요?”


“네? USB로 저장 안 해오셨어요?”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공생들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공생 연주가 끝나면


바로 MR 반주 학생들이 이어져야 했기에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결국 연주를 잠시 중단하고


윤준이에게 학원에 가서 스피커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10분, 20분…


어느새 30분이 지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객석을 보니


학부모님들의 표정에는


분명한 불편함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윽고


윤준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스피커를 들고 도착했다.


서둘러 연결했지만


이번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뒤를 확인해 보니


코드가 빠져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약 한 시간이 지체된 후에야


연주회는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이미 학부모님들도, 학생들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뒷순서에 있던 한 학생은


결국 기다리다 지쳐


그냥 돌아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었다.


연주에 집중할 수 없었고


계속 고개만 숙인 채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뿐이었다.


성인반 연주까지 마친 뒤


뒤풀이 자리에서


나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들 괜찮다며 웃어주었고


겉으로는 분위기 좋은 뒤풀이가 이어졌다.



조금 마음이 놓인 나는


다음 날,


연주회가 끝났다는 홀가분함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불행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레슨 취소 문자였다.



그것도


약 스무 명에 가까운 학부모님들로부터 온 문자였다.


일주일 사이


하루에 두세 통씩


레슨 취소 문자가 이어졌다.


그때까지도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상황 탓, 환경 탓만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연주회가 아니라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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