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 사람은 남아 있었다
2012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을 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였다.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이번엔 연주회를 열지 말까.’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그때 석총무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성인반 2회 연주회 해야죠.”
“이번엔 그냥 건너뛸까 해요.”
“그래도 다들 기대하고 계세요.
우리를 봐서라도 힘내세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래, 지나간 건 돌이킬 수 없잖아.
이번엔 성인반 연주회를 잘 이끌어보자.’
그렇게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장소는 작년과 같은 성신여대 근처의 라이브 카페로 정했다.
열 명 남짓한 성인분들이 연주하기로 했고
작년보다 훨씬 풍성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이번엔 술도 마시지 않고, 바로 연주를 했다.
다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
그 연주회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내년부터는
라이브 카페 말고 연주홀을 빌려서
1년에 두 번 정도 하면 어떨까요?”
모두들 좋다는 반응이었고
우리는 2013년 봄과 가을,
성인반 연주회를 열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2013년 봄에 열린 첫 연주회는
실패로 끝났다.
소규모 연주홀을 구하지 못해
학원 뒤편의 한신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열기로 했다.
처음엔 다섯 분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주회에 나온 분은 두 분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미 자존감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전공생들에게조차
‘더 좋은 선생님께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회 당일,
비가 쏟아졌다.
결국 한 분은 오지 못했고
늦게 도착한 한 분만 남았다.
취소하려 했지만
그분은 비를 뚫고 오는 중이었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한 마음으로 서 있는데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독주회 해도 될까요?
몇 곡 준비했는데
한 시간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