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2편 -비를 뚫고 남아준 한 사람

그래도, 한 사람은 남아 있었다

by 문석환

2012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을 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였다.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이번엔 연주회를 열지 말까.’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그때 석총무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성인반 2회 연주회 해야죠.”


“이번엔 그냥 건너뛸까 해요.”


“그래도 다들 기대하고 계세요.


우리를 봐서라도 힘내세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래, 지나간 건 돌이킬 수 없잖아.


이번엔 성인반 연주회를 잘 이끌어보자.’


그렇게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장소는 작년과 같은 성신여대 근처의 라이브 카페로 정했다.


열 명 남짓한 성인분들이 연주하기로 했고


작년보다 훨씬 풍성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이번엔 술도 마시지 않고, 바로 연주를 했다.


다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


그 연주회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내년부터는


라이브 카페 말고 연주홀을 빌려서


1년에 두 번 정도 하면 어떨까요?”


모두들 좋다는 반응이었고


우리는 2013년 봄과 가을,


성인반 연주회를 열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2013년 봄에 열린 첫 연주회는


실패로 끝났다.


소규모 연주홀을 구하지 못해


학원 뒤편의 한신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열기로 했다.


처음엔 다섯 분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주회에 나온 분은 두 분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미 자존감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전공생들에게조차


‘더 좋은 선생님께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회 당일,


비가 쏟아졌다.


결국 한 분은 오지 못했고


늦게 도착한 한 분만 남았다.


취소하려 했지만



그분은 비를 뚫고 오는 중이었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한 마음으로 서 있는데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독주회 해도 될까요?


몇 곡 준비했는데


한 시간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29화문클라리넷이야기 31편-연주회가 끝난 다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