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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혀노블 Jul 18. 2024

그래서 내 퇴직금은 얼마인가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계산법을 알게 되다

남편에게 물었다.
이 돈(퇴직금)으로 차를 산다면
무슨 차를 살 수 있는 거냐고

퇴사를 결심한 뒤 내 최대 관심사는 퇴직금의 액수로 옮겨갔다.


퇴직금의 규모에 따라 당장 내일부터 구직 사이트를 뒤져야 할지, 짧게라도 여유를 부리고 천천히 이직을 준비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발로 나가는 것이 아닌, 회사가 나를 내보내는 순간이 오다니..


입사 연차 1,3,5,7,9년마다 한 번씩 도래한다는 퇴사충동을 모두 이겨내고, 회사에 뼈를 묻으려 했던 다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퇴사를 결심하기 직전까지 내 퇴직금이 얼마나 적립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회사처럼 DB로 퇴직금이 적립되고 있는 경우 직접 계산해 봐야 알 수 있다.


불행  다행이었는지 DB 퇴직연금은 중간 정산이 아얘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가 전세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나 주택을 구입하느라 목돈이 필요한 순간에도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회사에서 도입한 DB 퇴직연금 제도는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나 역시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내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퇴직금 계산 공식은 퇴사 직전 3개월치 급여를 모두 더해서 3개월간 근무한 일수로 나누고 입사일과 퇴사일을 기산해 근속연수를 곱하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확실하게 금액을 산출하기 위해 퇴직금 계산 공식을 서치 하다가 퇴직금을 계산할 때 '평균 임금'을 대입해 구하는 방법과 '통상 임금'을 대입해 구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임금

= [산정사유발생일 이전 3개월간의 임금총액] / [위 3개월간의 역일 수(총 날짜수)]


통상임금

= 기본금 + 고정수당 + (월 정기 상여금 – 연간 상여금 / 12) / 209시간


평균임금은 네이버 퇴직금 계산기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통상임금'을 구하는 방법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퇴직금은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중에서 더 높은 임금으로 계산'해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퇴직금 공식이 아래와 같을 때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중 더 높은 임금'을 대입하면 그 값(퇴직금)이 더 커지게 된다.


※ 퇴직금

= 평균임금(또는 통상임금) × 30일분 × 계속근로일수 / 365]


예를 들어 평균임금은 11만 원이고, 통상임금은 13만 원으로 계산되어 나올 때 근무한 연수가 10년이라면 퇴직금 공식에 대입했을 때 무려 6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퇴직금 1 : 110,000원 x 30일 x 10년 = 3천3백만 원

퇴직금 2 : 130,000원 x 30일 x 10년 = 3천9백만 원


하지만 통상임금에는 기본급과 같이 고정적이고 일률적인 금액 외에 비정기적인 수당들을 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되어있었는데,


어떤 수당을 포함시키고, 어떤 수당은 제외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작년 연봉협상 때 받은 근로 계약서에서 무엇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다시 한번 살펴보니


계약서 제목에 큼지막한 볼드체로 '포괄연봉제 근로 계약서'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포괄임금제는 기본적으로 20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대한 수당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느꼈던 궁금증, 즉 연장근무나 야간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왜 월급을 기본급과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분류해 놓았는지에 대한 답을 퇴사 시점이 되어서야 찾아낼 수 있었다.


고정적으로 다달이 지급되는 명목상의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 수당은 평균임금에 해당되는 항목이고, 통상임금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적게 주기 위해 통상임금 보다 평균임금이 더 높게 잡히도록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 기본 수당들을 높게 세팅해 통상임금 항목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있다.


내 경우에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연장근로수당 항목의 금액이 생각보다 크게 잡혀 있었다.


때문에 이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면 사실상 통상임금 보다 평균임금이 더 높게 잡히고, 따라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둘 중 더 높은 평균 임금을 공식에 대입해야 한다.


만약 통상임금에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될 수 있었다면 통상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더 높게 계산되어 퇴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퇴직금을 계산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찾아보았고,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노무사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보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다음에 이직하는 회사가 포괄연봉제도를 실시하는 곳이라면 그때는 연봉 계약서를 쓸 때 그렇게 안 해줄 것 같고 해 줄지도 잘 모르겠지만 연장근로수당의 금액을 무조건 낮추리라 다짐했다.


어쨌거나 그래서 연차수당과 3개월치 퇴직 위로금을 다 합쳐 남편에게 이 금액이면 무슨 차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니 벤츠 E클래스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속, 1997년 IMF 당시 덕선이 아빠가 은행에서 2억을 받고 명예퇴직장면이 이 떠올랐다.


2024년에 일반 중소 IT 회사를 10년 이상 다닌 내 경우는 이렇다고..


그냥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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