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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혀노블 Jul 11. 2024

퇴사에도 정답이 있으면 좋겠다.

위로금을 더 받아냈다.

신임대표가 다시 나를 불러 제안한 조건은 그리 파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은 한 달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았지만 나에게는 한 달 더 주겠다는 것...


나는 회사가 제시한 두 달치 위로금에 한 달치를 더 달라고 말했다.


총 3개월 간의 위로금이다.


마음속으로는 퇴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두 달치 위로금을 주겠다는 제안에 왜 세 달치 위로금을 달라고 내뱉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사무실에 눈치 보며 앉아 이것저것 검색해서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회사라면 그 정도는 주고 내보내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는 정답을 무의식 중에 만들어 놓았던 듯했다.


물론 나도 회사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신임 대표는 회사에서 나 때문에(?) 두 달치 위로금을 주겠다는 큰 결정을 한 것인데, 한 달치를 더 달라고 하니 다른 퇴사자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 어려울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순간 조금이라도 내가 양보를 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밀고 나가는 게 맞는 걸까?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를 또다시 고민해야 하다니...


언젠가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하는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밤늦게까지 남아서 금액을 1원까지 맞춰야 하는 일이 힘들고 재미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너는 어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잘할 수 있는 거냐고.


그때 친구가 말했었다.


"인생에 정답이 너무 없어, 그런데 돈 계산에는 결국 답이 있잖아. 난 그게 좋아."


그 순간 왜 친구의 그 대답이 떠올랐을까?


퇴사에도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는 문제를 풀고 정답을 선택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회사와 나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오래 다니는 것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퇴사 요구가 출제된 경우 정답은 뭘까?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회의실에서 내 대답을 기다리던 신임 대표가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


"네 좋습니다. 차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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