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이 생긴다는 것
브런치북 공모전 날짜를 보고는 달력을 뒤적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득 찬, 시간으로도 모자라 분 단위로 쪼개어 차곡차곡 쌓인 일정들을 앞에 두고서도 자꾸만 설렜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도 딱히 이렇다 할 결과물들을 내놓지 못했던 지난 날들, 시간만 허락한다면 쓸 거리가 차고 넘치는 이야기들, 한 번쯤 나만의 책을 가져보고 싶다는 소망 같은 것들이 밀가루 반죽처럼 말캉말캉 몸집을 부풀렸다. 에라, 모르겠다. 다짜고짜 도전해 보겠다는 다짐을 홀로 외치며 d-day에 동그라미를 크게 쳤다.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오늘, 생애 첫 책을 제작했다. 비록 물성이 없어 직접 만질 수도 없고, 온라인상에서의 책 제작을 계기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무수한 브런치북 더미 중에 하나를 더 보태었을 뿐이지만 나만의 책 한 권을 만들기 전과 후는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떤 나이 때부터 항상 '작가'가 되고 싶었다. 신춘문예에 등단해야만 작가님 소리를 듣던 시대는 끝났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지 못한 채 30대가 되었다. 외로운 밤이면, 들끓는 생각들을 주체할 수 없는 밤이면 다짜고짜 백지에 활자들을 쏟아냈던 지난 시간들. 그 오랜 세월이 지나 오늘 브런치북 한 권이 내 품에 폭 안겼다. 그럼 나도 이제 '작가'인 걸까.
작가란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 직업에서 눈길이 멈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나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일정 기간 계속해서 종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일이 글쓰기는 아니다. 심리학자 혹은 범죄심리사가 나의 직업이다. 이런 깐깐한 기준 말고 그저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을 작가로 본다면 글쎄, 나도 작가 범주에 발을 살포시 담글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연재 브런치북을 하나 더 개설했다. 혼자서 매일 글쓰기를 한 지도 벌써 48일 차. 사소하고 간단한 일상 기록에서부터 불현듯 길어 올리는 보석 같은 글감까지 다채로운 글들을 매일 차곡차곡 쌓아 보기로 한다.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읽고 쓰고 나누는 마음이 불러올 보드라운 바람을 상상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