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의 글생활을 응원합니다
아이가 글쓰기 수업을 하는 동안 바로 옆 작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무거운 노트북을 매번 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 다니며 글을 썼다. 아이가 글쓰기를 하는 동안 나의 글쓰기도 차곡차곡 쌓였다.
오늘도 도서관에 들어서서 자리를 잡았다. 한강 작가님의 그림책(천둥 꼬마선녀 번개 꼬마선녀)이 보여 단번에 그 책부터 대출했다. 대출을 하는데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도서관 선생님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항상 저기 앉아서 뭔가 타이핑하시는 것 봤어요. 혹시 글 쓰세요?”
“아, 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겠다. 지금 내 얼굴은 분명 발갛게 물들었다. 공공연히 글을 쓴다고 말하는 일이 아직은 낯설고 어렵다. 온라인에서 종종 나의 글쓰기에 관해 공유하고 있어서 조금은 편안해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글’에 나는 무엇을 녹여내고 있는가. 무슨 의미를 담기에 이토록 목울대가 시큰해오는가. 연이어 내게, 그럼 이 쪽 분야에서 일을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수줍게 웃으며 그런 건 아니라고 답하고는 자리로 돌아섰다.
꼭 등단한 작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글을 쓴다. 독자가 있는 글을 쓰는 이도 있고, 독자가 없는 글을 쓰는 이도 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쓰는 이도 있고, 어떠한 목표 없이 쏟아내듯 글들을 쌓는 이도 있고, 학문적 이유로 글을 쓰는 이도 있다. 그저 기록용으로 쓴 글이, 그저 심심풀이처럼 쓴 글이 빛을 발해 책으로 탄생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누구든 원하면 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글’이나 ‘작가’ 혹은 ‘나의 책’에 무거운 추를 달고 있다. 나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무 곳에나 ‘작가’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없다는 이상한 고집 때문이다.
글을 쓴다. 브런치북 매일 글쓰기를 비롯, 온라인 모임에서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고 있고,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소설로 쌓고, 읽은 책들을 기록하기 위한 서평도 쓴다. 때로는 나의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하루종일 쓰는 날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무작정 무겁게 덧칠한 중압감은 조금만 덜어내어도 좋지 않을까.
브런치 스토리에도 하루에 수십, 수백 건의 새로운 글들이 피어난다. 그들 모두 분명 작가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써 내렸을 그 글을 모두에는 생명이 선명하게 깃들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의 글 모두를 부끄러워하지는 말아야지.
네, 저 글 써요! 언젠가 작가가 될지도 몰라요. 그때 귀띔해 드릴게요, 꼭 한 번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