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다 말하지 않는 편이 이로워서
오늘은 유난히 글을 쓰기 힘들다. 상처받은 영혼의 눈길은 그런 것이다.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심연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 단지 한 번뿐인 만남에도 생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어둠이 있다. 마음에 짐이 하나 더 얹힌다. 잊지 못한 눈빛 하나가 깊게 새겨진다.
오늘은 말을 아끼기로 한다. 정제되지 않은 나의 낱말이, 문장이 또 다른 상흔을 남길지도 모를 일.
그저 이 말만 조심스레 남긴다. 이 빌어먹을 거지 같은 세상도 사실은 살 만한 구석도 있다고. 너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들이 분명 있다고. 지금까지 생이 지옥 같았다고 해서 앞으로의 생도 지옥은 아니라고. 앞으로의 생은 다를 수 있고, 달라야만 하니 부디 살자고. 무엇에도 기댈 수 없는 너의 애처로운 생을 조금만 열어 달라고. 다시 도망가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