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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Nov 25. 2024

무 밭에서 생긴 일

낯선 조합의 대가족 회동

 

주말, 시부모님이 가꾸고 계신 작은 텃밭을 찾았다.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 남편, 그리고 아이까지. 그야말로 대인원을 승합차에 가득 싣고 이동했다. 총 7명에 달하는 인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조합부터가 평범하지는 않다. 이 7명은 한 가족 같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인 가족 말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서 찾는 가족다움 말이다. 한 달에 두어 번은 다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고(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또 좋은 곳에 며칠 씩 여행을 가기도 한다.) 누구 하나 금전적 부담이 없도록 친목계도 운영하고도 있다. 남편과 나의 결혼을 준비할 때부터 전기가 통하듯 잘 통하는 부모님 네 분 조합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아버님이 직접 만든 오두막에 모여 앉아 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고(전 날 장도 같이 봤다) 든든하게 힘을 채운 우리는 다 같이 무가 옹기종기 심겨있는 밭고랑으로 향했다. 길쭉하고 풍성하게 뻗은 무청이 흐드러진 밭고랑 앞에서 제일 신난 것은 아이였다. 머리채 잡듯 무청 시작점을 두 손으로 쥐고 힘껏 잡아당기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깔깔 웃으며 쉬지 않고 무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쑥쑥 뽑히는 무를 하나 둘 옆으로 옮겨 착착 쌓으면 두 어머님이 마주 앉아 손질하기 좋게 다듬어 봉지에 켜켜이 담아냈다. 얼마 되지 않는 몇 개의 고랑이지만 네 집(양가 부모님 댁과 우리 집, 그리고 아가씨네 집)이 나눠먹기 충분한 양의 무가 쌓였다. 김치 없이는 밥을 맛있게 못 먹을 정도로 김치를 사랑하는 아이는 누구보다 흥에 겨워 밭일을 즐겼다. 

 

농약 하나 치지 않고 기른 무는 모양이 정말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채 자라지 못해 꽈리고추보다 작은 모양새로 자라다 말았고, 어떤 것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성인 여성 종아리만큼 길쭉했고, 또 어떤 것은 아이가 뒤로 넘어질 뻔할 정도로 굵고 큰 위용을 자랑했다. 모양과 관계없이 알찬 무들을 차곡차곡 쌓아 차 트렁크로 옮겨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삼 이 일곱 명의 조합이 참 감사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모두들 신기하게 생각한다. 보통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는, 더 극단적으로는 평생 가야 만날 날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는 사돈 사이가 어쩜 이렇게 가깝고 정답냐고. 나도 신기하다. 그저 연배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성향이 비슷한 것도 아닌데 잘 어우러지는 일곱 사람. 두 가정 아니, 이제는 세 가정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한 이 모임이 이토록 아름답게 잘 유지되는 것은 서로의 배려가 맞닿은 조화가 아닐까. 

 

어른 여섯이 아이 하나를 두고 웃음꽃이 핀다. 제각기 다른 어른 여섯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가 품어낼 양분은 어떤 색깔이려나. 무 뽑느라 제 딴에는 용을 썼는지 평소보다 유난스러운 코골이를 하는 아이 위로 도톰한 이불을 덮어주며 가슴켠을 다독였다. 그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면, 좀 더 사회를 알게 되면, 지금의 이 아름다운 조합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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