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wanna build a snowman?
Come on, let's go and play..."
Disney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에 나오는 OST 중 하나.
겨울 왕국의 두 주인공 엘사(Elsa)와 안나(Anna)가 함께 등장하는 곡이지만,
사실상 엘사의 파트는 없다고 할 수 있는 곡.
딸아이가 이 노래를 선호하는 건, 엘사는 새침하게 등지고 앉아 안나의 노래만 듣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램(Lamb)이가 안나 해. 내가 엘사 할게."
올 겨울, 인형 친구들과 겨울 왕국 뮤지컬에 심취해 있는 딸아이가 주말 아침에 어김없이 배역 지정을 시작한다.
엘사 역은 역시나 불변이고, 오늘의 안나 역은 애착인형 램이로 당첨.
하지만 결국 안나의 유년시절부터 성인까지 성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늘 그렇듯 나다.
거구의 수염 난 아빠는 소녀의 마음으로 열창을 시작한다.
물론 딸아이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을, 같이 봤던 영상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인형의 두 손을 양손에 들고 열연도 곁들인다.
그래도 이어서 엘사의 메인 곡인 'Let it go'가 흘러나오면 엘사 역 주인공의 열연 또한 구경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불을 드레스처럼 둘러맨 후 'Let', 'it', 'go'.
세 단어만 반복하며 여기저기 손을 뻗으며 노래를 한다.
아무리 한국의 K-Contents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Disney의 아성을 쉽게 넘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주 최근에는 라푼젤(Rapunzel, 애니메이션 원제는 Tangled)에 더 빠져 계신 우리 딸.
이불 한쪽 끝을 본인 머리카락 뒤 쪽과 같이 움켜쥐고는,
내게 길게 늘어뜨린 이불의 다른 쪽을 던져주며 잡고 따라오라고 한다.
자꾸 침대나 소파 위를 성벽 오르듯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뭐 작년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편이다. 영상도 아닌 말을 타고 있는 뮬란(Mulan)의 사진 한 장 보고 나서, 내 등에 올라타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했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작년 늦여름에는 모아나(Moana)를 위해 더위 속에서 카펫 뗏목을 끌고 다니기도 했었다.
[Disney, Tangled(2010)]
[딸아이가 그린 라푼젤과 카멜레온 파스칼, 2023년]
따뜻할 거란 전망과는 다르게 22년 말에서 23년 초의 올 겨울은 유독 추웠다.
날이 차츰 풀려가고는 있지만,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여전히 추운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봄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금 지쳐있는 현실의 몸과 마음도 추위를 더 크게 느끼게 하는 듯싶다.
"아빠, 왜 겨울에는 에어컨 켜면 안 돼요?"
이 와중에 눈바람 맞으며 걸어가는 엘사처럼 되고 싶어, 에어컨 바람을 켜면 안 되겠냐고 묻는 우리 딸.
사랑스러운 네 덕분에, 그래도 우리의 겨울 왕국은 한낮의 햇살을 받은 것처럼 조금은 따스해져 간다.
내가 어떤 추위 속에서도 지켜가야 할, 한 왕국의 공주님을 보면서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
'넌 내게 엘사이자 안나이고, 라푼젤이자 뮬란이고, 모아나란다.
동시에 꼭 어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너는 너 그 자체로 아빠 왕국의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존재란다.'
[표지그림 출처 : Image by betexion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