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Poem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

by YOSPAPA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 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가수 아이유 님의 'Love poem'이란 곡의 첫 부분이다.

얼마 전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에서 일반인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참 좋아서 검색해 봤다가

뒤늦게 원곡에 푹 빠져 버렸다.


최근에 딸아이가 잠이 올 때면 자장가 대신 아빠가 듣는 '조용한 노래'를 계속 틀어달라 하는데,

그 조용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한번 꽂히면 좋아하는 노래를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기질마저 아빠를 닮다.


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만화가 양영순 님의 작품 '천일야화(1001)'에 나오는 마지막 에피소드와

어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소장하고 있던 만화책 중 상당수가 결혼과 몇 번의 이사 후 처분되었지만

'천일야화(1001)'는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남겨놓은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양영순의 천일야화 소장본, 김영사 출판]

작품 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쌍둥이 동생을 지키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 살아 숨 쉬는 누군가의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저희에게 또 다른 하루를 열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오늘이라는 이 귀한 선물의 가치를 잊지 않도록 늘 일깨워주옵소서! 저희가 누리는 이 하루가 저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기도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게 하소서. - 양영순, 천일야화 中 -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신 우리 어머니.

어렸을 때부터 난 어머니가 묵상 기도를 하시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신성한 양초빛 곁에서 묵주를 넘기시며 경건히 기도를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나 또한 조용히 지켜보곤 했다.


예상치 못하게 대입에 실패하고 시작된 재수생활.

초반에 잠시 기숙생활을 하는 학원을 다니다, 마음을 못잡고 돌아와 집 근처 독서실에서 시험준비를 했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라도 더 열심히 했다. 집에서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었다.

생체리듬을 맞춘다고 매일 점심도 실제 시험의 점심시간에 맞춰서 먹었다.

그래도 어머니와 단둘이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던 그 짧은 점심시간이

제일 행복한 충전의 시간이었다.


두 번째 수능의 시험 당일. 오전 시험이 끝나고 도시락을 열었는데 , 어머니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평화를 빕니다.
아들~ 점심 같이 먹다 혼자 먹으려니 외로운가?^^
이 시간에 엄마도 같이 점심 먹을란다.
맛나게 먹구. 머리 좀 식히고 묵상이나 하는 게 좋겠지?
일 년 동안 너무 고생했다.
그리고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사랑해. 화이팅!

나를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고 계실 어머니 생각을 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밥을 먹다가 계속 목이 메었다.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오후 시험을 정말 잘 치겠노라 밥을 먹으며 다짐을 하고 또 했었다.

그리고 처음에 원하던 학과는 아니었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난 여전히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식을 낳고 길러보니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매일매일 느끼게 된다. 아이는 제대로 자라기 위해 많은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나라는 한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만한 인격을 갖춘 사람은 못되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는 것을 딸아이도 먼 훗날 조금은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내가 쓰는 이 글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또 하나의 기도였다는 사실도.


지금껏 잘 키워주신 나의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2023년 2월 2일, 어머니의 생신에 이 글을 올린다.






[표지그림 출처 : Image by João Geraldo Borges Júnior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