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누가 낳아 키우지?

결혼과 출산

by YOSPAPA

딸아이는 이제 3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마치고 3월부터 유치원에 가게 된다.

다가올 이별을 마주하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아닌 선생님들과 부모들. 딸아이와 친구들은 그저 해맑다.

어린이집 마지막 행사를 위해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했다는 으쓱대며 불러다.

아침마다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던
사랑하는 어린이집 떠나가게 되었네
우리 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어깨동무 내 동무 잘 있거라 또 보자.
- '졸업가' 中 -




작별의 노래를 불러놓고는 내일모레면 영영 못 보게 될지도 모를 남동무들과의 혼담 꺼낸다.


"0윤이가 나보고 결혼하재요."

"0윤이랑 결혼하고 싶어?"

"0윤이는 내가 정말 정말 좋대요. 결혼할 거예요."


아빠가 건너 듣기로 0윤이 네는 졸업하는 대로 곧 아버지의 일자리를 따라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다던데.

그리고 며칠 전에는 네가 원하는 장난감 블록을 찾아준 친절한 우0 군과 결혼을 약속했다더니...

머지않아 유치원에 가면 그때는 또 어떤 남동무가 장하려나?

똑순이 우리 딸이 어련히 잘 알아서 좋은 신랑감을 선택하겠지만,

너를 진심으로 더 위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 잘 골라 결혼하렴.


[Image by LadyBB from Pixabay]


"난 35살에 결혼할 거예요."


갑자기 또 어디서 들은 숫자인지 콕 집어서 35살이란 구체적 나이를 덧붙인다.

자에 능한 것은 엄마를 닮았고, MBTI의 J형처럼 계획을 좋아하는 건 아빠를 닮았구나.


"그럼 결혼하면 엄마도 될 거야? 너처럼 예쁜 아기도 낳아서 키우고?"


도대체 어디까지 계획 중인지 궁금해져서 질문을 던졌다.

결혼 얘기하다 말고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다보며 대답한다.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요."




다음날 아. 식탁에서 아침을 먹다가 느닷없이 아기 이야기를 꺼내는 딸.


"나도 아기 키울게요."

'이게 무슨 소리람?'

"내가 책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고,돌봐줄 거예요."


처음에는 뜬금없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전날 밤 나의 질문에 대해 나름 고민을 하고 준 대답이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엄마가 다는 건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고,

본인의 엄마가 동생을 낳아준다면 같이 키워줄 용의가 있다는 결단의 발언이었던 것.


"남동생은 아니고 여동생!"

명확한 조건제시와 함께.




어렵게 용단을 내려줬는데 정작 아빠 결혼한 너희 엄마는 동생을 낳을 마음이 없는데 어하지.

주변에서 우리 내외에게 한 명 더 키울 생각 없냐고 물을 때마다, 아내가 나에게 하는 얘기.


"당신이 월 3천만 원씩 벌어오면 고민해 볼게."

역시나 숫자에 확한 우리 아내.

안 낳겠다는 얘기를 숫자로 돌려 표현한다.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는 분만 그 자체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일 수밖에 없으니 선택권조차 주지 않은 하늘의 뜻이 아쉽기는 하다.

물론 일말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


"아니면 로또에 당첨되 오든가."

대략 팔백만 분의 일에 해당하는 가능성을 떠올리며,

지갑에 잔돈이 있었는지 뒤적뒤적거려 본다.




삼 남매의 장남으로 특별한 가족들 간의 갈등 없이 자란 나.

형제나 자매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

결혼 전 아내와 구체적인 자녀 수를 이야기 나눈 적은 없지만,

아내도 아를 낳고 키운다는 것에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결혼을 결심한 이상 최소한 한 명, 가능하다면 그 이상(以上)으로 암묵적 합의.

하지만 순진했던 두 부부는 딸아이를 낳고 나서 그 이상 불가능한 이상(理想) 일 수 있다는 현실을 감하게 된다.


경제이든 체력든 육아 이어다는 것은 분명 많은 힘 필요로 한다.

하지만 산재해 있는 수많은 현실의 마찰력 텨낼 을 계속 진하게 만든다.

당장에 어린이집을 떠나 유치원으로 향할 때 급등하는 원비 내역.

인생 선배님들이 나중에 학교를 다니고 방과 후 학원까지 보내면 그때는 어깨가 더 무거워질 거라던데.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삼포'는 폭풍우를 운 좋게 피해,

가장 소중한 우리 딸이 있는 보물섬까지는 으나,

딸아이까지 데리고 새로운 보물을 찾아 떠날 음이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Image by cocoparisienne from Pixabay]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어떤 폭풍우라도 감수하겠다는 큰 선택을 한 것이라 정하고 싶다.

주변의 나와 다른 많은 삶들을 지켜봐도 마찬가지다.

연애도 선택이고, 결혼도 선택이고, 출산도 선택이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각자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

둘 이상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내가 차마 가보지 못한 삶의 여정을 선택한 분들에게도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딸아이가 진짜 35살이 되었을 때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 될까.

어떤 선택이든 아빠는 응원할 것이고,

그보다 앞서 네가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너를 위해서라도 아빠가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해 보마.
월 3천만 원을 벌 수 있는 경제력 있는 아빠든,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서 필요할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아빠든,
부모로서 너에게 더 많은 힘을 보태주고 싶단다.




p.s. 열심히 노력하는 아빠에게 하늘에서 우연히 지름길을 열어주실 수도 있으니,

잔돈 생길 때 가끔씩 사는 로또 한 장 정도는 뭐라고 하지 말아 주렴.






[표지그림 출처 : Image by ArtRose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