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CADABRA

아빠의 마법 주문을 담은 동화

by YOSPAPA

아주아주 높은 산이 하늘을 향해 검과 같이 솟아있는 곳.

산 위에서 흘러온 물들이 모여 만든 큰 물길이 둘러싼 어딘가의 넓은 땅.

그곳에는 여러 동물들이 어우러져 사는 동물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기 토끼 요니도 바로 그 동물 마을에서 태어났지요.


"참으로 호기심 많고 총명한 우리 아가. 아빠와 엄마는 너를 무척이나 사랑한단다."


다른 아기들처럼 요니도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어요.


요니가 혼자서도 마을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난 어느 날이었어요.

같이 산책을 하던 아빠와 엄마가 요니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어요.


"너도 이제 동물 마을에 계속 남아서 지낼지, 산 위로 한 번쯤 모험을 떠나볼지 정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구나."


동물 마을에는 아주 오래된 전설이 하나 있었어요.

멀리 올려다 보이는 지붕 같은 산 꼭대기에는 꼭 한번 가봐야 할 정말 멋진 세계가 펼쳐져 있는 이야기어요.


누군가는 아주 오래전 동쪽 끝 어딘가에서 왔던 사람들이,

그들이 동경하던 하늘에 닿기 위해 만들었던 세모 모양으로 된 높은 성이 있다고 했어요.

또 누군가는 옛날 옛적 지구가 물에 잠겼을 때 많은 동물들을 구해준 사람들이 만든 배가 산꼭대기에 걸린 채로 남아있다고 했어요.

성인지 배인지 알 수는 없는 그곳에는 지금은 서쪽 끝 어딘가로 또다시 떠나버린 사람들이 숨겨놓은 보물과 비밀들이 가득하다는 소문도 들렸어요.





사실 오래전부터 많은 동물들이 보물과 비밀을 찾으러 그곳을 향해 떠났었습니다.

찾아가는 길도 다음과 같이 전해져 내려왔어요.


많은 날들을 나비들과 밝은 숲을 달리고,
많은 시간을 반딧불이들의 숲을 걸으면,
보름달이 기다리고 있는 호수에 닿지.
달빛이 건네주는 거울 속 두 눈을 바라볼 때
감춰져 있던 길들이 마법처럼 나타날 거야.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방법을 전해주었다는 동물들은 다시 떠나버린 후에는 모두 동물 마을로 돌아오지 않아,

그것이 정말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모험을 떠났다가 길을 잃거나 다쳐 몸과 마음의 상처만 얻은 채 마을로 돌아온 동물들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오히려 떠나려는 동물들을 말렸습니다.

절반 정도의 동물들은 태어나고 자란 동물 마을에 편히 남는 것을 선택했고,

다른 절반의 동물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시도하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지요.


"아빠와 엄마는요?"


요니가 물었습니다. 요니의 아빠와 엄마는 모험을 선택했었어요.

나비들의 숲을 끝까지 지나갔었던 엄마가 얘기해 주었어요.


"나비들의 숲에서는 나비들이 안내해 주는 길을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단다. 몹시 피곤하거나 배가 고플 수도 있지만, 나비들의 이동을 잘 따라서 쫓아가야 해."


나비들은 향기로운 꽃들과 좋은 풀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나비들이 안내해 주는 길을 잘 따라가기만 해도 마을에서 구하기 힘든 귀품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모험을 떠난 동물들의 절반 정도는 나비들이 알려주는 길목에서 유익한 꽃잎과 약초를 구한 뒤,

그 수확물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와 살기로 결정하고는 했어요.

요니의 엄마처럼 나비들의 숲을 지나며 주 많이 지쳐버린 식을 찾아 반딧불이의 숲으로 더 나아가지 않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요.

요니의 아빠는 나비들의 숲을 지난 후 반딧불이 숲까지도 들어가 봤었다고 했어요.


"반딧불이들은 나비들처럼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지 않아.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고 해서 제 각각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을 쫓다가는 따라가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고 만단다. 아빠도 잠시 길을 잃었다가 마을로 돌아오는 길을 간신히 찾아냈지."


반딧불이 숲으로 들어간 경우, 요니의 아빠처럼 어둠 속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채 반딧불이들만 쫓아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길을 잃는 경우가 태반이었어요.


"그래도 아빠는 한 반딧불이한테서 어둠 속에서도 용기를 갖게 하는 마법의 주문을 배웠단다. 지나가던 반딧불이가 무심히 말해주던 'Abracadabra'라는 주문을 못 들었다면 마을로 돌아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걸었을 때 무사히 반딧불이 숲을 처음 들어갔던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단다."





요니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저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히려 계속해서 가고 싶다는 흥미와 자신감이 생겨요!"


아빠와 엄마는 요니의 결정을 듣고 나서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요니를 꼭 안아 주었어요.

며칠 뒤, 아빠와 엄마가 정성스레 챙겨주신 짐들을 한가득 짊어진 요니는 길을 나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는 늘 너를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을 거란다. 힘이 들면 언제든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돌아오렴.

사랑한다 우리 딸."


아빠와 엄마는 요니의 손을 꼭 잡고 강한 여정을 기원하며 손과 이마에 맞춤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요니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비들의 숲을 지나는 건 들었던 대로 피곤하고 힘든 일이었지만,

동시에 호기심 많은 요니에게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어요.

동물 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꽃들과 풀들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지요.

이따금 구경에 정신이 팔려 나비들이 어디 있는지 놓칠 뻔하기도 했지만,

나비들은 말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친절했어요.

요니의 곁에서 잠시 기다려 주는 나비들도 있었고,

아주 가끔씩은 오히려 요니를 찾아 날아가던 길을 돌아와 주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강한 바람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숨이 턱 끝까지 찰 만큼 계속해서 달려가야 하는 날도 있었고,

가끔씩은 제대로 쉬지 못해 힘들어서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어느덧 나비들의 숲 끝까지 도착할 수 있었어요.

어둠이 시작되는 반딧불이들의 숲 속 앞에 이르자, 어느새 나비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갔어요.


"고마웠어. 나비들아."


요니는 나비들의 숲을 돌아보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요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반딧불이의 숲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어둠의 숲에 들어온 새로운 손님 요니를 보고 많은 반딧불이들이 빛을 내며 몰려들었어요.

하지만 몹시나 분주해 보이는 반딧불이들은 금세 낯선 요니에게는 관심을 거두고 서로 짝을 지어 어디론가 다들 흩어져서 날아갔어요.

요니는 어둠 속에 다시 홀로 남겨졌어요.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빠가 알려준 반딧불이의 주문을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요니는 큰 소리로 주문을 외우며 한 걸음씩 어둠 속을 걸어갔어요.


"Abracadabra, Abracadabra, Abracadabra... "





그때였어요.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날아와서 말을 걸었어요.


"넌 이 숲 속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그 말을 알고 있는 거니?"

"예전에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던 우리 아빠가 너희에게 배워서 알려주신 문이야. 이 주문을 외우면 지금처럼 어둠 속에서도 무섭지 않게 하는 용기가 생긴다고 하셨어!"

"뭐라고??? 그건 용기를 내도록 하는 주문이 아니야!!! 어딘지 모르겠지만 희들이 그토록 찾는 그 장소의 이름을 우리들도 대대로 전해 들은 대로 해주는 것뿐이라고. 우리들 꽁무니를 쫓아다닐 시간에 스스로 집중해서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가라고 이야. 많은 동물들은 그저 우리만을 바라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귀찮게 계속 묻거나 쫓아오 뭐야. 우리는 보름달이 뜨면 오히려 빛을 잃어. 그전까지 함께할 짝을 찾아야만 해. 숲을 벗어나는 길 안내까지 해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짝을 찾느라 바쁠 텐데 내게 소중한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 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가끔씩 나도 모르게 두려워질 때, 이 말을 알려준 아빠를 생각하며 계속해서 용기를 내보려는 거야.

소중한 이 모험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보고 싶거든."

"너, 알고 보니 참 멋진 친구였구나? 용기를 잃지 말고 부디 원하는 곳까지 꼭 도착할 수 있기를 바랄게."

"반딧불이야. 너도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꼭 좋은 짝을 만나기를 바랄게."


반짝반짝 빛을 내며 멀어져 가는 딧불이 친구에게 손을 흔들주면서 요니는 보고 싶은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어둠 속에 잠시 그려보았어요.

그리고 다시 아빠가 알려주신 주문을 외우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었어요.

만 번까지 외우려고 했지만 중간중간 나무뿌리나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몇 번째인지 잊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일쑤였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앞을 향해 걸어갔어요.

이따금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반딧불이들의 빛들이 힘내라는 응원의 인사처럼 느껴졌어요.

만 번을 외우고 나서 숫자를 생각하는 일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생각하는 일도 모두 무의미해지고, 간간이 보이던 반딧불이들의 빛들마저 모두 사라졌을 무렵이었어요.

저 멀리 긴 터널의 끝처럼 밝아오는 하나의 점이 보였습니다.

요니의 걸음에 맞춰 점은 원을 그리며 점점 커지더니 요니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듯 반딧불의 숲의 마지막 통로를 빠져나왔습니다.



어둠의 반딧불이 숲을 지나 나온 들판에는 달빛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들판의 끝에서 한없이 길게 펼쳐진 호수 위로는 물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그 뒤로 여전히 아득하게 보이는 산의 봉우리가 있었지요.

하늘 위에는 아주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어요.

보름달의 거울 속 두 눈을 바라볼 때 감춰진 길이 나타난다고 했기에 요니는 요리조리 보름달을 다보았지만 아무리 바라봐도 거울이나 눈 같은 건 보이질 않았어요.

한참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요니는 호수에서 목을 축인 후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을 해보기로 했어요.


호숫가로 터덜터덜 다가가던 그때, 호수 앞에 놓여 있던 커다랗고 세모난 바위서 무언가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것이 요니의 눈에 보였어요.

바위 위로 뛰어 올라가 보니 그 바위 자체가 커다란 글씨가 새겨진 하나의 거대한 석판이었니다.

흙과 이끼로 덮인 부분을 손으로 걷어내며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A, B, R, A, C, A, D, A, B, R... A"


그리고 석판의 끝은 마치 화살표처럼 저 멀리 보이는 산의 정상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지요.



처음에는 미처 보지 했지만, 글자를 보고 나니 바위 옆 쪽에 그 의미를 새겨놓은 듯한 작은 메시지들 또한 에 띄었습니다.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 (Abracadabra!)
태양이 뜨는 곳으로부터 이곳까지 먼저 왔던 우리들이 남긴다.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사랑과 믿음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기를 기도하노라.

그대들의 앞에 놓인,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바라보며 대답하라.
그 자체로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험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태양이 지는 곳까지 먼저 가서 뒤따라 올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


석판의 메시지를 다 읽은 요니는 호숫가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가만히 수면 위를 바라보았어요.

환하게 쏟아지는 달빛을 받은 수면은 거울과도 같아, 고개를 내민 요니의 얼굴을 선명히 비치게 했지요.

그리고 요니는 곧 깨달았어요.

보름달이 건네준 거울 속에 보이는 반짝이는 두 눈동자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눈동자라는 사실을요.


감춰진 길이 마법처럼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요니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의 무언가가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어요.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결심이 섰습니다.

높은 산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을 향해 계속해서 가보기요.

그렇게 가다 보면 머지않아 감춰진 길도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선 요니는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비밀을 밝혀낸 마법의 주문을 마음속으로 계속 외우면서요.


"Abracadabra, Abracadabra, Abracadabra... "


아빠와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달님이 요니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오래오래 응원하며 지켜봐 주었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빠와 엄마를 대신해서 말이죠.


'사랑과 믿음을 잃지 말거라. 너의 모험은 그 자체로 위대하고 아름답단다.

앞으로도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






[그림 출처 : Pixabay / Wikipedia]

★ 실제로 가본 적 있는 지구 어딘가의 지명들과 보름달, 반딧불이 등을 온라인 공간에서 소환하였음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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