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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PAPA Oct 21. 2023

그릇이 큰 사람

F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의 현재 삶에 먼저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No'라고 말하라.
Say No!
그리고 당신의 삶을 스스로 끌고 나가라.
당신이 주인이다.

- '세이노의 가르침' 중 -


나에게 2023년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하나.

'세이노의 가르침'.

최고의 책을 선정한 기준은 얼마나 삶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냐이고, 더 많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2022년 말 접하게 된 손웅정 님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책과, 올해 세이노 님의 책은 내 삶의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손웅정 님의 책을 읽고 난 후 글을 기 시작했고, 세이노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꾸준히 글을 써고 있다.


몇 달 전 세이노 님의 책을 두 권 더 샀다.

좋아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세이노 작가님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하나는 내게는 친형제와 다름없는 사촌형에게.

무엇을 하든 앞으로 그에게 더 나은 변화가 함께 하길 바라서.

그리고 회사에서는 F 에게.

나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준 그에게 좋은 변화가 있길 바라면서.




F 형은 나와 신입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J 형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둘은 예전에 한 영업지점의 관리부서에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호형호제하는 돈독한 사이였다.

나에게도 그랬듯 J형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핏덩이 같은 F형을 잘 챙겨주었고,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함께하며 둘은 절친한 관계였다.

무척 투닥투닥하는 그들이지만 나뿐만 아니라 같이 모이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만큼 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제일 가까워서라는 것을.  

애초에 맞지 않고, 서로 애정하지 않았으면 진즉에 사소한 갈등에서도 관계는 틀어지기 마련이니까.


F형의 이야기로 돌아와, 그에 대한 첫인상은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티 없는 밝은 미소.

작은 키이지만 동그라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몸.

무슨 이야기들을 나눴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와 처음 만나 웃고 떠 시간이 참 유쾌하고 즐거웠다.

근무지도 떨어져 있고 업무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이후로도 사석에서 가끔씩 종종 함께 만나면서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의 '포비'. F의 모습과 본 이미지와의 싱크로율 매우 높음]




본인이 처음에 내게 직접 이야기도 했었기에 일반적인 전형으로 입사하지 않은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사에 대한 비화를 내가 정확히 알게 된 것은 몇 년 뒤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의 직계 가족 한 분이 국가유공자이셨기에, 그는 보훈 특별채용 대상자로 입사를 다.


그에게 우리 회사로의 입사는 어떤 의미까.

다른 회사들도 추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첫 제안을 아무 생각 없이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받아들였던 선택으로 감당하게 된 불행의 시초였을까?

아니면 고삐 풀린 망아지 같던 그의 삶을 그나마 다잡기 시작하게 된 행운의 시작이었을까?

그 스스로도 취할 때면 가끔 얘기하듯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그렇게 될 운명이 아니었을.


그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이지만 취업에서 뿐만 아니라 주택청약이나 세금 감면 등 국가가 지원하는 보훈혜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금전적으로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회사를 그만두어도 말 그대로 먹고는 살 수 있는 연금을 수취할 자격이 있었다.

그의 등 뒤에 늘 걱정하지 않아도 될 안전망이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타고난 천성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늘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관대한 사람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나와는 친분이 깊지 않지만, F와 J형 둘이서 같이 근무했던 영업지점의 선배이자 그들에게도 큰 형님이신 한분과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물론 형들의 형이니 바로 형님으로 기꺼이 모셨다.

시간도 장소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메뉴가 꼬막으로 정확히 기억나는 한 음식점에서 만취하신 그 형님께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넌 솔직히 J랑 F 중에 누가 더 마음속의 우선순위냐?"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급의 난감한 질문이었지만,

말끔하지 않은 정신이었음에도 솔직함이 최고라 생각한 나는 당돌하게 대답했다.


"둘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1순위는 J형이죠.

J형이 아니면 F형을 만날 수도 없었겠죠."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의 F가 자주 쓰는 말투로 웃으며 대답했던 게 기억난다.

그가 무언가를 이해하려 노력할 때 자주 하는 말.


"그럴 수 있어!"



내가 잠시 인사부서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 그와 처음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영업지점에서 급여업무를 해본 적 있던 그가 본사조직의 급여파트로 충원되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팀에서 맡았던 중요업무 중 급여담당자와 많은 상의가 필요한 건들이 있었다.

그는 확실히 실전 경험도 많고 회사의 특별한 이력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기에 웬만한 신입 노무사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


"형 바쁜데 미안해. 이것 좀 잘 모르겠는데 좀 설명해 줄 수 있어?"

"회의에 같이 배석해서 의견 좀 줄 수 있을까?"


나에게는 그와 사전에 깊은 친분이 있다는 것이 업무를 수월하게 파악하고 진행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신입사원이 아닌 중간에 부서에 합류한 내 빠른 적응을  수 있게 된 것 그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내가 인사부서에서 근무한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퇴근 후 술 한잔을 하기 위해 J 형을 포함해 다 같이 만났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무렵 아마도 내가 F 형에게 계속 업무적으로 계속 도움을 받고 있었던 터라,

저녁 대접으로 보은도 할 겸 부채감을 덜고 싶었던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술잔이 채워지고 또 채워져 모두가 또 취해갈 무렵 그가 나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너도 다른 신입들하고 차이 없어. 모른다고 계속 쉽게 내게 묻기만 하는 그게 무책임한 자세고, 결국 일을 은연중에 넘기는 거야."


그의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이렇게 술 한 잔 하며 서로 푸는 거지.'라는 J형의 다급하지만 적절한 중재.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F형의 말.


"나도 말할까 말까 많이 고민하다 했어. 미안해.

오늘까지 서운했던 건 이 자리에서 잊고 앞으로 더 잘 지내자."


건배와 함께 술을 입 안으로 털어 넘기며, 자칫 하강기로 접어들 수 있었던 그와의 관계는 오히려 더욱 돈독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명장면]


그 이후로 업무에 있어서도 금 더 나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쉽게 그에게 물어보고 지나가려 했던 것을 몇 번 혼자서 생각하고 검토해 본 후에 정 안될 때 물어보려 력했다.

그게 나 자신의 업무역량신장이나 주도성에도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쓴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맞다 느꼈다.

그의 말회사 생활에 있어 업무적으로도 한 뼘 더 성장하게 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내가 인사부서를 떠나면서 업무적으로 그와 접점이 없어졌기에 그를 대하기가 조금 더 편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가까웠던 사이도 같이 일을 하며 의가 상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예전에 한 선배가 농담처럼 했던 말도 생각난다.

'같이 일 안 해보면 다 좋은 사람이다.'


내가 그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나에게 대가 없이 베풀어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욕심과 투자로 작년 하반기에 꽤 힘든 보릿고개의 시간이 있었다.

생활비와 이자로 월급은 저축할 여력도 없어지고 재테크를 시도했던 것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비를 줄이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각출한다 하더라도 저녁으로 술이나 밥을 먹는 것 누적되면 꽤 큰 금액이기에 자리를 최소화하고는 했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대출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상담을 해주며 나의 상황을 알고 있던 그는 동굴로 숨는 나를 오히려 불러내었다.


"누가 사는지가 뭐가 중요해. 그냥 내가 좋아서 사는 거야. 나중에 여유 생기면 그때 사줘."


그 시기 그는 내게 힘내라고 맛있는 것들을 사주며 본인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또한 여유가 많지 않았음에도 더 상황이 좋지 않은 나를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올해 그에게 여느 해보다 강한 소망이 하나 생겼다.

결혼 후 오랜 기간 아이가 없이 살겠다고 생각하던 두 내외가,

더 늦기 전에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마음이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


그가 바라는 변화가 그에게 꼭 찾아왔으면 싶다.

이미 충분히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고 배포가 큰 그이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그의 세상이 훨씬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든다.

모쪼록 그의 생에 좋은 변화와 성장의 경험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랑을 나눠준 사람들에게.
이제 당신들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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