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Day 1 - the beginning.

오메 피곤한 거..

by 그냥 하자
20250916_195755.jpg 아오 어깨야, 허리야..


지금 여기는 비엔나의 숙소, 현지 시각으로 2025년 9월 17일 23시 23분이다. 너무나도 피곤하지만, 일단 여행 와서 매일 일지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기에, 힘들지만 기록을 시작해 본다.


여정을 돌아보자면, 어젯밤에도 역시나 여행 정보를 찾아보느라 늦게 잤다. 대략 1시 넘어서였던가, 아마도 새벽 1시 반은 되었었으리. 비행시간과 둥이 분유 시간 등을 고려하여 6시 20분 기상을 하였고, 말 그대로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까지도 추가 비용을 들여 수하물 사이즈를 업그레이드 하자는 아내와 그냥 조금 가는 길에 고생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맞섰으나, 으레 그렇듯 아내는 내 의견에 맞춰주었다. 결국 짐을 드는 것은 나이기에.


여하튼 그렇게 바리바리 짐을 싸고 ― 아기 침대를 가져갈까 고민했었는데, 그랬다면 어쩔 뻔... 사진에 저 짐들을 보시라... ― 차에 실으려는데 때마침 내리는 소낙비. 하하, 이거 쉽지 않겠는걸. 체크인 카운터 수속/보안검색/출국 수속을 마치고 수유실에서 기저귀를 갈았다. 한데, 이유식을 먹일 타이밍이 애매해졌네? 음, 일단 게이트 앞에 가서 먹이자고 결정. 후다닥 이동해서 게이트 앞에서 1/3 정도 먹이기 성공.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타협하고 비행기를 탔다.


우리 둥이 인기 스타 등극. 빈으로 오는 12시간 동안, 둥이는 생글생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물론, 조금 찡얼거리기도 했으나, 나와 아내는 절대 다른 여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둥이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일그러지면 안고 일어났다. 그런 시간들을 제외하고 우리 둥이는 주변에 앉은 다른 사람들을 보기만 하면 생글생글 웃으며 사람을 홀렸다. 특히 스튜어디스 분들께서 정말 많이 귀여워해주셔서 특히 재미있었다. 이렇게 순한 아기는 처음 본다는 말과 함께 한참을 눈을 마주치며 같이 놀아주셨다. 바로 뒷자리 분, 옆자리 분, 그 뒷자리 분, 소화를 시키려 안고 돌아다니다 마주치는 뒷자리 분들까지. 보는 사람마다 환하게 웃어주며 그 아무리 무뚝뚝한 남자 어른이라도 무장해제 시키며 슬그머니 미소를 짓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우리 둥이. 재미난 기억들이라 기록을 해 놓는다.


그렇게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12시간의 비행 끝에,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비행기도 연착했고 퇴근시간 교통체증까지 겹쳐 숙소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나니 마트를 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결국 이유식 재료 구매를 위한 마트는 내일 가기로 하고 숙소 정리를 시작했다. 2시간여 청소하고 짐 정리한 끝에 나름 마음에 드는 집으로 변신한 숙소를 보고는 아내가 말했다. "우리 진짜 으른이다 으른, 애들은 이렇게 못해. 그냥 퍼질러 쉬었을 거야." 나도 백만 번 동감하기에 내 평생 동지에게 주먹 인사를 건넸다. "고생했어."


둥이는 이미 넉다운되어 잤고, 아내도 먼저 잠자리에 든 이 밤, 나도 얼른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여정은 여기까지. 간단히 그간 일상과 여행 준비 및 여행 시작 첫날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여행은 계획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번에도 그랬던가? 잘 모르겠다. 육아 라이프와 여행 준비를 병행했던 게 쉽지는 않았다. 아, 그건 이 여행이 한 달도 아닌 자그마치 5주짜리 여행이기에 그랬으리라. 그렇다.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둥이는 이제 이곳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자그마치 5주 동안 머무를 계획이다.


나는 회사 출장을 갈 때도 이동 동선부터 시작해서 업무 중간 들를 식당 동선, 자투리 시간 어르신들 모시고 갈 막간의 관광 포인트까지 다 정리를 하는 스타일이다. 절대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을 추구하기에 항상 시작이 늦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자그마치 5주짜리라니, 부담감이 엄청 컸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말했다. "우리 여유롭게 가자. 가서도 충분히 시간 많으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구." 몇 번이고 내게 주입식으로 반복해 준 덕분에,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라이트 하게 계획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계획은 시작 첫날인 오늘 일정부터 빵꾸가 났지만 말이다.


여튼, 초반 2주까지 대략적인 관광포인트와 식당들 정보까지 정리해 놓고, 공연 예매까지 해놓고 나니 어느덧 출발하기 전날이었다. 관련 책도 읽었고 해당 내용은 별도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언제 날지 모르겠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 첫날의 감상은? 사실 너무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가 정확할 것 같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생전 처음 와본 낯선 도시에서 노랑머리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숙소까지 들어왔는데, 사실 별다른 감흥이 아직은 없다. 언제부턴가 낯선 곳을 가더라도 '이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구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서 독일어 억양이 강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구사하는 Daria 아줌마에게 한참 숙소 안내를 받고 바이바이 인사를 했는데 아직까지는 육체적 피곤함이 새로운 경험에 따른 도파민을 압도했는지,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일, 슈베르트가 먹었다는 식당에 가서 슈니첼을 먹으면 좀 감흥이 생길까? 원래는 성 슈테판 대성당을 가서 전망대를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일정은 취소하고 점심으로 슈니첼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얼마나 맛있을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드디어 시작이다. 찰나같이 지나갈 모든 순간들, 즐겨보자. 23:52 기록 종료.


P.S. 여행 준비 및 여행 일지 기록을 위해 육아휴직 일지는 잠시 보류토록 할 예정이오니 혹시라도 구독자분들과 독자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본 여행 일지는 가급적 매일 작성할 계획이며, 추후 별도 정리와 편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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