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짜 삶이 시작될 거라고 믿었을 때
매일 죽고 싶지 않은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견뎌내지 않고도 살아낼 수 있는 삶이 날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그렇게 믿었다
손도 뻗지 않을 거리에
부우연 공기에 겹겹이 가려진 진짜 삶이
내 가짜 삶의 이유였을 때
사는 것은 가짜 삶의 연속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평생 진짜 삶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견디는 일
그게 진짜 삶이라는 걸 알았을 때
살아야 할 이유를 잃고도
계속 살아갈 때
땅에 발을 너무 오래 붙이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