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 알려 드리자면, 이 글은 1년 전에 작성한 글 몇 편(5화까지)에 이어 현재 관점에서 과거를 떠올려 작성되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기에 시점이나 사건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두서없는 글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 사고 이후 현재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전히 701호에 있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보통의 사람들은 곤히 자고 있겠지만 옆침대에선 연신 앓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침대에서 간간히 기침 소리도 들린다.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 동네 아는 엄마와 놀이터 근처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꿈을 꾼 건지, 현실이었는지... 분간도 안 되는 기억의 조각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아파트 앞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누가 빵순이 아니랄까, 빵 고르는데 참 신중하다. 분명 빵을 집어 들고 있었는데, 꿈을 꾸는 것처럼 시점이 바뀐다. 빵집의 진열대와 전경이 보이고, 계산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구도이다. 마치 내가 가게 CCTV가 된 것처럼.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봄직한 영혼이 빠져나가는 그런 장면이랄까?
어? 뭐지? 꿈인가? 생각하는 찰나,
"아오, 씨."
하는 나직한 소리가 들리는데 목소리가 낯설다.
"아오. 후~"
살포시 내뿜는 한숨 소리에,
"뭐가 잘 안 되는가 봐요."
생각만 한 건지, 입 밖으로 내뱉은 건지. 나도 참 오지랖이다.
실눈을 떠보니 이마 위로 흰 소매와 장갑 낀 하얀 손이 휙휙 지나다닌다.
"여기가 어디예요?"
그렇지. 이제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구나!
"예?"
"여기가 어디냐고요?"
"여기 병원이에요."
"제가 왜 병원에 있어요?"
"기억 안 나세요?"
"네."
"오토바이인지, 전동킥보드인지 치이셨대요."
"제가요오?"
대화가 오가는 사이 눈앞을 왔다 갔다 하던 손길이 멈췄다. 질문이 너무 많았던 걸까?
"환자분, 수술 부위 마무리 잘 끝났습니다."
"네. 수술이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사람들이 나가고 누군가 또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사람이 바뀌는 건 알 수 있었다.
"환자분, 정신이 좀 드세요?"
"네."
"검사랑 수술 다 끝났고 이제 일반 병동으로 넘어가실 께요. 가족분 누가 오셨어요?"
"저희 신랑은 회사 갔고, 올 사람이 없는데... 그냥 저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이 환자. 패기 보소. 제 모습이 어떤지 모르니 그랬던 걸까? 아니면 정신이 온전히 들지 않아서였을까.
덜컹덜컹 침대가 흔들리며 그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때 누군가 내 손을 쓱 잡는다. 눈을 조금 떠 보니, 울고 있는 엄마와 올케언니였다. 그 뒤로 어두운 얼굴의 남편과 오빠가 보였다. 지방에 사시는 엄마를 모시고 온 모양이었다.
"괜찮아? 흑흑"
"아가씨, 괜찮아요?"
눈시울이 빨간 두 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물어왔다.
"어라, 다들 모여 있었네?"
병실에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큰소리치더니. 나는 가족들 분위기를 보자마자 눈치를 챙겼다. 지난밤 난리가 났었구나 하고.
덜컹덜컹 움직이던 침대가 병실 앞에 멈췄다. 수술실 침대 사이즈가 일반 병실보다 크단다. 그래서 나를 눕힐 침대가 마중 나와 있었다.
" 팔 움직여 보세요."
"다리 들어 보세요."
중환자실에서도 해보라고 시키더니 또 시킨다. 그래도 사지 멀쩡하니 다행이다. 침대에서 침대로 옮겨지는 사이 가족들이 병실 앞으로 왔다. 철렁 내려앉았던 마음을 조금 추스른 듯 표정이 아까보다는 나았다.
"살아있는 거 봤으니 이제 각자 갈길 가셔!"
웃자고 던 진 말이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하고 나를 보는 세 사람을 보니, 이만하길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병동 생활은 시작되었다.
*병동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사진 혐오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