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최대의 적은 입 짧은 내 아들.
24.12.30. (월) 6번째 PT수업.
토요일에는 동네 헬스장에서 한 시간 동안 러닝을 했고
일요일에는 수영장에서 걷기와 키판 잡고 수영을 했다.
주말 동안 지양해야 할 음식에 손을 댄 것 때문에 운동은 필수였다.
맛있는 에그샌드위치와 내 맘대로 만든 다이어트 음식 외에 트레이너 선생님께 보내지 않은 음식이 있다.
한살림 두부과자이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 않았을 이 과자는 아주 바삭하고 담백하며 고소했다.
또 아들이 크리스마스라고 학교에서 받아왔던 수제 초콜릿쿠키. 정말 안 먹고 싶었는데 며칠 째 식탁 위에 그대로인 그 쿠키. 결국 먹고 말았다.
너무 맛있었다.
그 외에 별거 먹지 않았는데 오늘 수업 전 체중 체크를 하며 충격을 받았다.
저번주 금요일 몸무게와 오늘의 몸무게가 0.1kg 더 늘었다. 주말 동안 개인운동을 했어도 소용없었다.
몸무게는 거짓말을 칠 수가 없나 보다...
나의 브런치 연재 두 번째 글 제목처럼 '친구가 없어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나요?'
맞다.라고 자문자답한다.
하지만 나에게 친구보다 더 큰 다이어트 적이 있다.
바로바로 입 짧은 내 아들이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적어도 아들의 밥만큼은 챙겨줘야 할 의무가 있다. 요리를 해야 하고 간도 봐야 한다.
우리 집은 열심히 요리해도 잘 먹지 않는 두 남자들 덕분에 반찬을 사서 먹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더 자주 요리를 하고 있다. 왜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 다이어트 때문에 가족들에게 피해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싫은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식구들을 위해 더 자주 요리를 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적게 요리하는 법을 잘 모른다.
한번 산 재료를 잘 소분하여 또 먹는 법도 잘 모른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땡ssss 소분 용기도 사서 흉내 내 보았지만 금세 냉장고는 엉망진창이다.
먹성이 좋은 아들이라도 다이어트의 큰 적이겠지만
입이 짧은 것도 만만치 않은 다이어트 적이다.
나는 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 어차피 아들 밥그릇에 잔반이 생길 것을 예상해서 내 밥그릇에는 밥을 반만 담는다. 내 밥을 다 먹고 난 뒤 아들의 식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역시나 아들은 아주 맛있는 음식도 남겨버린다.
너의 잔반이 먹고 싶다.
키 크라고 사 준 한우도 남겨버리니 말이다.
그럼 나는 비싼 소고기가 아까워 다 집어먹을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 시작 전에는 아들의 잔반을 쓰레기통에 버리던 먹어치워 버리던 그건 나의 선택이었다. 대부분은 먹어치워 버렸던 나의 과거...
하지만 다이어트 시작 후 아들의 잔반이 가장 큰 다이어트 걸림돌이 되었다.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는 건지, 이 귀한걸 왜 남기는 건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이것들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소분을 해서 적당한 양을 요리하던가 다 먹을 수 있게 맛있게 만들어 주던가 그냥 버리던가. 3가지 방안뿐이다.
무엇이 되었던 내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은 맞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왜 인생을 바꿔야 하나. 좀 힘들다. 물론 나를 갈아 인생이 바뀐다면 어느 면에서든 밝은 미래임은 틀림없다!
<오늘의 운동> 57.8kg
1. 팔 벌려 뛰기 20회
2. 고깔 원스텝 터치 30회, 투스텝 터치 30회
3. 와이드 스쿼트 30회.
4. 점핑잭 60회.
5. 스텝박스 걷기 / 뛰기 양발 번갈아 50회씩.
6. 팔모아 뛰기 60회.
< 스텝박스운동 >
7. 손바닥 짚고 네발 걷기 40회
8. 사이드 뛰기 30회. (new)
9. 팔 벌려 뛰기 30회
10. 사이드 걷기 / 뛰기 양발 번갈아 40회씩.
11. 벤치 손 짚고 앞 뒤 뛰고 만세 30회.
오늘의 운동은 전신에 땀 폭발, 얼굴빛은 빨간색이었다. 주말 동안 식단으로 몸무게가 감소되어야 정상인데 내 몸무게는 0.1kg가 늘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나를 혼 내기라도 하 듯 다른 날 보다 많은 구령을 붙이신다.
과자 한 봉지 먹었다고 실토를 해도 안 믿으시는 것 같다. 나트륨을 분명 먹었을 거라고 하신다.
내가 뭘 더 먹었는지 생각해 봤다. 간 보려고 먹은 닭곰탕의 닭다리살 조금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벌써 PT수업 6회 차이다.
하지만 오늘도 유산소운동이다. 이건 유튜브를 찾아봐도 따라 할 수 있다. 어서 기구를 배우고 싶다.
처음 결제를 한 날로 돌아가도 트레이너선생님의 말은 한결같다. 식단을 필히 지켜야 한다는 말.
체지방을 감소시킨 후 근육을 잡기 위해 기구를 들어가야 한다 하셨다.
이 재미없는 식단과 유산소 운동을 빨리 끝내고 싶다.
나 스스로의 목적을 만들기 위해 체지방이 어느 정도 돼야 기구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체지방 20%라고 대답하신다.
이건 첫 수업에도 들었으나 장난인 줄 알았다.
나 체지방 39%인데? 50회 안에 기구 갈 수 있는 거 맞나? 좀 슬프고 오기도 생긴다. 29%도 아니고 20%..?
나는 기구를 빨리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겨운 유산소운동 운동을 그만하고 싶은 거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지금도 기구운동은 알려 줄 수 있지만 근육돼지로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셨다.
근육돼지도 나쁘지 않지만 기구 하고 싶다는 마음이 쏙 들어갔다. 선생님이 짜신 루틴만 믿자!
0.1kg도 안 빠져서 속상한 헬짱일기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