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밥상이 궁금해.
24.12.27(금) PT 5 회차 헬짱일기
어제 피티를 하고 오늘 연이어 피티 수업이 있다.
8:30분에 아들 등교와 함께 운동을 하러 나가서 12시에 집에 돌아왔다.
운동에 시간을 이렇게 할애한 것은 내 생에 처음이다.
심지어 다이어트 시작 10일 만에 약간 미친자가 되어 가고 있다.
운동에 미친 자 말고, 식탐에 미친 자로.
트레이너 선생님께 ‘샌드위치 먹어도 되죠?’라는 카톡을 남겨놓고~
자연스레 아래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연스레 들어갔다.
아무래도 다이어트 식단에 알맞은 샌드위치가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재료와 나트륨에 따라 다르죠~라고 하신다.
아놔.. 제일 맛없어 보이는 치킨 베이컨 랩의 나트륨이 1,022mg이라니.
스타벅스, 너네 전 세계인들의 건강은 신경 안 쓸 테야?
당연히 트레이너 선생님은 ‘안됩니다.’를 보내셨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우리 동네에 단 하나 있는 샌드위치 가게의 메뉴판을 캡처해서 보냈다.
웬걸 선생님이 굳이~ 전화가 오셨다. 역시나 거절당했다.
허무한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가던 길에 GS마트에 들렸다.
집에 가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는 귀찮고.. 솔직히 샐러드는 먹기 싫고.. 맛있는 다이어트 음식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트에선 내가 좋아하는 찹쌀선과나 눈에 들어오고, 맛없는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어 줄 소스만 보고 있다.
치즈라도 올려 먹는다면? 맛있지 않을까? 싶어 치즈 진열대도 둘러본다.
그리곤 시무룩해져 마트를 나왔다.
나에게 샐러드란 치킨텐더 정도는 올라가야 맛있는 거다.
이런 내 모습이 좀 우습다. 엄마가 군것질을 못하게 해서 입이 툭 튀어나온 아이처럼 터덜터덜 걷고 있는 내 모습.
걷기라면 정말 싫지만 오늘은 맛있는 반숙란이라도 사 먹으려 한다. 새로 생긴 계란 전문점인데 매장에서 구운란과 반숙란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전에 맛본 적이 있는데 그걸 사 먹으러 가야겠다.
원래 무인매장인데 오늘은 사장님이 나오셨다.
내가 고른 구운란, 반숙란, 무가당 요구르트를 보시고는 서비스로 줄 것이 없다 하신다.
원래는 구운란을 사면 반숙란을 맛보라 주고, 반숙란을 사면 구운란을 맛보라고 주신단다.
나는 다 샀다. 하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서비스로 주시면 잘 먹겠다고 말했다,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한테 하소연을 하고는 맛있는 치즈를 팔아달라고 했다. 예를 들면 리코타 치즈 같은 거?
내가 산 구운란, 반숙란, 서비스로 받은 3개의 계란을 주머니에 넣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계란이 많아져서 조금은 든든하다.
카톡 단체 채팅방에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말이 올라왔다.
나는 아까 서비스로 받은 계란을 주머니에서 꺼내 단체채팅방에 올렸다.
불쌍한 내 점심.
내 사진을 본 그 단체 채팅방 언니는 채소비빔밥을 만들어 먹겠다고 했다.
누가 뭘 먹는지 갑자기 궁금하다. 심지어 채소로 비빔밥이라니 비주얼이 궁금하다.
심지어! 당귀가 주재료다. 쓴 맛이 나는 저 향채소는 느끼한 삼겹살과 찰떡궁합이지만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이 밥상의 주인공인 언니는 누가 봐도 40kg 대의 언니다.
‘이렇게 먹어야 살이 안 찌는구나.’라고 반성을 하던 찰나 소시지를 좋아하고 김치면을 좋아한다 고백하신다.
40kg대로 추정되는 차도녀 언니도 소시지를 좋아하는구나. 하며 킥킥거리며 계란을 까먹었다.
그리곤 언니의 채소비빔밥을 확대하며 군침을 흘리는 나를 느꼈다.
비빔밥에는 당근 콩나물 어묵 계란 검은깨가 들어있었다. 흑
그리고 40kg대로 추정되는 그 언니는 빈츠와 홈 카페라떼를 후식으로 먹고 있다. 흑
< 오늘의 운동 >
1. 준비운동
2. 팔 벌려 뛰기 10회
3. 고깔 터치, 원스텝 30회, 투 스텝 40회
4. 와이드 스쿼트 20회, 엉덩이 통통 20회
5. 점핑잭 30회
6. 벤치에서 버핏테스트 30회.
7. 스텝박스 걷기, 뛰기 양발 번갈아 60회, 50회
8. 11자 스쿼트 50회
9. 팔모아 뛰기 50회
10. 벤치에 손 펴서 고정하고 발 번갈아 뛰기 ( 마운틴 클라이머 )
<스텝박스>
11. 무릎들어 올리기 양쪽 30회
12. 스텝박스를 세로로 놓고 한쪽 다리 런지자세 후 반대 다리 왼쪽 콕, 오른쪽 콕
<매트운동>
13. 무릎 굽혀 누워서 주먹 무릎까지 올라오기. 복근운동 20회 2번
14. 사이드로 누워서 근육맨자세로 옆구리 쥐어짜기 40회 2번.
15. 팔 벌려 뛰기 10회.
16. 러닝머신 40회.
내가 식단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아시는 트레이너 선생님의 눈빛과 웃음소리가 약~간 얄밉다.
그리고 저 직업 꽤나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팔 벌려 뛰기를 할 때부터 나의 올려 묶은 똥머리는 추노로 변해간다.
다시 묶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렇다. 아직 덜 힘든 거다.
각 각의 운동을 하고 숨을 고르는 휴식타임은 2분 정도 된다. 그 사이 나는 헬스장을 2바퀴 걷는다.
걸어가며 헬스장에 틀어져 있는 윤석10 만행 뉴스를 힐끔거리고 창 밖의 나무를 보며 걷는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벚꽃 피면 참 예쁘겠다.
맞다. 아직도 덜 힘든 거다. 근데 계절마다 변하는 창 밖 풍경이 궁금하긴 하다.
오늘 운동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10번, 12번 운동이다.
나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운동은 정말 싫다고 말씀드렸다.
그저 웃으신다. ‘부상의 위험이 있지 않나요?’라고 말씀드리려다 참았다.
빨리 체중이나 빼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