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쿠알라룸푸르 여행 - (2)

avenue K, 수리아 KLCC

by 요미
쇼핑몰 천국


운 좋게도 숙소 방 침대에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보인다. 이게 웬 호사냐 뚜와 침대에 누워 야경을 감상했다. 타워 조명은 밤 12~1시쯤이면 꺼지는 것 같다. 조명이 꺼지고, 뚜도 잠들고 세상이 고요한 시간, 그간의 일주일을 생각하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때 결심했다, 우리 여행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겁쟁이인 내가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는 것에 스스로 기특함이 듦과 동시에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어서 도전해 보라고 소문을 내고 싶었다. 여기 쿠알라룸푸르가 여행 계획의 시작점이듯, 이 연재의 시작점인 것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둘째 날. 내일 투어를 예약해 놨기에 오늘은 오롯이 쉬면서 동네를 탐방해 보기로 했다. 나와 뚜가 아침밥으로 동시에 외친 것은 ‘한식!!’이었다. 먼저 어제 가 본 aveneu K에 한식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래도 어제 한번 가봤다고 바로 익숙한 길이 되었다. 몰 안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며 탐색을 해보니, 위층 푸드 코트에서 한식 코너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비빔밥, 뚜는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 외국인이 만들어주는 지극히 한국적인 음식. 맛은 깊은 맛이 부족할지라도 익숙한 그 맛이라 역시 맛있다. 우리 둘은 각자 얘기도 없이 말 그대로 ‘흡입’했다. 뚜는 맵지도 않은지 한 입 먹을 때마다 엄지 척을 들어 올리며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커피도 푸드코트 내에서 주문했다. 여긴 우리나라와 다르게 직원이 주문한 메뉴를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준다. 처음엔 모르고 내가 앞에서 기다리며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직원이 열심히 설명하며 자리로 가 있으라 했다. 나중에 투어 때 들으니 우리나라처럼 내가 모든 걸 셀프로 하려다 보면 그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게 그분들의 일이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들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쇼핑몰을 한 바퀴 돈 후, 이번엔 새로운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avenue K 1층에 지하철로 바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는데, 이곳을 내려가 지하도를 계속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쇼핑몰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유명한 수리아 KLCC 몰이다. 쿠알라룸푸르를 대표하는 쇼핑몰답게 규모가 다르다. 입구부터 번쩍거리고, 사람도 매우 많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아주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와 뚜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눈이 빛났다. 숙소 근처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크기에 우리는 또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설레었다.


먼저 에스컬레이터 옆 기기에서 현금을 좀 뽑고, 어린이층을 올라갔다. 안쪽에 우리에게 익숙한 ‘토이저러스’가 보였다. 뚜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안으로 직진해 들어갔다. 나 또한 귀여운 장난감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애와 같은 아줌마라 이곳이 참 반가웠다. 신중히 구경하던 뚜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어떤 식빵인형을 가리켰다.

“엄마! 이거 우리나라에 다른 시리즈만 있고 이 식빵은 없는 시리즈야!”


토이저러스를 들어올 때부터 예상했듯이 뚜는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장난감 몇 개를 찾아내, 가격이 비싸지 않은 식빵인형과 랜덤 고양이 인형을 샀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생산이 아닌 이상 여기도 수입을 했기에 가격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ORIENTAL KOPI

Lot 414-415 & OS404, Level 4, Petronas Twin Tower, Kuala Lumpur City Centre, 50088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말레이시아


토이저러스를 나와 커피나 한 잔 할까 하여 다른 층에서 카페를 찾다가 웨이팅이 매우 긴 카페를 보았다. 줄 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 평소 같았으면 지나쳤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로 맛있는 곳은 어떤지 한번 먹어보자 하는 맘에 우리도 줄을 섰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슬슬 입장 직전이 되어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뭔가 이상하다. 다들 커피 말고도 밥을 먹고 있다. 알고 보니 커피만 마시는 카페가 아니라 밥집이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우리도 자리에 앉아 밥을 주문하게 되었다. 눈치껏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을 만한 것 중 무난한 것으로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며 찾아보니 유명한 식당을 잘 찾아온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저 코코넛 밥이다. 코코넛 향을 싫어하는 뚜가 밥을 먹자마자 또 눈썹이 ‘시옷 모양’이 되면서 못 먹겠단다. 결국 밥은 내가 열심히 먹고 치킨과 계란만 따로 발라내어 어떻게든 뚜 입에 밀어 넣었다. 사실 난 내가 더 음식에 까다롭고 따질 줄 알았는데, 나는 오히려 ‘현지 음식은 현지 맛으로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뭐든 다 잘 먹었고, 뚜가 오히려 입맛이 까다롭다는 걸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Kinokuniya

KLCC, 406-408 & 429-430, Level 4 Suria, Kuala Lumpur City Centre, 50088 Kuala Lumpur, 말레이시아


과학관과 더불어 수리아몰에서 아이와 갈 만한 장소로 매우 추천하는 곳. 서점이다. 어린이 코너가 꽤 크기 때문에 한참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처럼 앉아서 책을 보는 아이들도 있고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르는 한국인 아이도 보았다. 거의 다 영어책이라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책이란 건 언어를 넘어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뚜도 찬찬히 보더니 어떤 만화책을 골라 한 권만 사달라 했다. 무려 영어책을 스스로 사달라 하는데 안 사줄 이유가 없지. 이 책을 숙소에서 몇 번을 읽더니 너무 재밌다해서 6권을 더 사서 남은 여행 내내 읽었다. 가격도 4천 원 내외라 부담 없고 쉬운 영어에 그림도 예쁘다.


서점 계산대 근처 유아 코너 쪽에서는 쇼핑몰 앞의 공원과 호수가 보인다. 마침 분수쇼를 하고 있어서 뚜와 구경을 했다. 아, 서점, 호수? 뭔가 또 익숙하다. 잠실 월드몰 내 아크 앤 북에서 바라보는 석촌호수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하루종일 쇼핑몰 투어를 한 후, 돌아가려는데 밑에 마트가 있길래 구경을 했다. 종류별로 한가득 쌓여있는 망고들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진다. 오늘도 망고부터 장바구니에 넣고, 말로만 듣던 납작 복숭아도 보이길래 샀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가면 이 납작 복숭아를 꼭 먹어보길 바란다. 나도 하도 추천을 하길래 사봤는데 그 뒤로 마트에 보일 때마다 집어왔다. 달콤하면서 말랑하면서 감칠맛도 나고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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