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너무 오래 달려온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작은 경고
몇 달 전이었다.
아침 알람이 울렸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은 침대에 붙어버린 듯했고,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움직일 의욕조차 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자면 나아지겠지.”
하지만 그날 하루는 겨우겨우 버텼고,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똑같은 상태로 반복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일이 바쁘니 당연히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출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모니터 앞에 앉아도 손이 키보드로 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기력했다.
나는 일을 싫어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흥미를 느꼈고,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채찍질도 자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고통으로 변했다.
출근길은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고,
업무는 마치 끝없는 수렁 같았다.
그게 바로 번아웃이었다.
번아웃은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는다.
조금씩 불안과 피로가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다.
일을 아무리 잘 해내도
마음 한구석엔 허무함이 찾아오고,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도 그랬다.
밤늦게까지 다음날 해야 할 업무를 생각하며 잠들었고,
주말에도 회사 채팅방의 알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업무와 나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 보니,
결국 내가 나를 소진시키고 있었다.
동료들과의 대화도 줄어들었고,
즐겁게 느껴지던 점심시간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언젠가부터 나는 일에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번아웃을 극복하는 첫걸음은 인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쳤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나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다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나만 못 버틸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너무 오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누구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 책에서 본 글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지쳤다는 건 그만큼 네가 열심히 했다는 거야.
이제는 잠시 쉬어도 괜찮아.”
그 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쉬어도 괜찮다는 생각,
그동안 나에게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작은 것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출근 후 10분만이라도 공원에서 산책을 했고,
주말에는 일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일기장에 매일 한 줄씩 감사한 일을 적으며
내가 이룬 것들을 다시금 되새겼다.
또한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명확히 분리하려고 노력했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회사 카톡방 알람을 해제하고,
퇴근 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업무와 심리적인 거리를 두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일상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간단한 일도 버겁게 느껴졌지만,
조금씩 무기력에서 벗어나면서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일은 내 삶의 일부일 뿐,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번아웃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너무 열심히, 너무 오래 달려온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작은 경고다.
우리는 번아웃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지금 충분히 쉬고 있는가?”
“나는 나를 돌보고 있는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의 불씨를 안고 살아간다.
그 불씨를 완전히 끄기 위해선
조금 더 나를 돌보고, 나를 존중해야 한다.
쉬어도 괜찮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그 시간이 번아웃을 넘어
더 단단한 내가 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