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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현 Jun 08. 2023

꼬마소녀에게 나는 어떻게 했어야 하나 (1편)

 "삼촌! 이거 선물이에요. 가져요!"

 편의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나의 눈앞에 고사리 같은 손위에 얹어진 인형하나가 들어왔다. 나의 매장에 3년 정도 된 단골손님이자 친구인 꼬마소녀가 웃는 얼굴로 함께 서있었다. 이 친구와 알고 지낸 지도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전에도 가끔 작은 장난감이나 먹을 것을 선물이라며 나에게 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까지도 너무나 예쁜 아이라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우와~ 이거 뭐야? 삼촌 주는 거야?"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도 모르게 톤이 올라라며 리액션 또한 커진다. 평소와는 다른 에너지로 꼬마소녀에게만큼은 감정표현을 더 크게 하는 편이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친구들과 있으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는 나 또한 받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네. 가져요~"

 "오~ 00아 고마워!! 삼촌 이것도 집 가서 책상 위에 올려놓을게!"

 그리고 기분이 좋아서 바로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내 책상에는 선물 받은 몇 가지 것들이 아직도 같은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꼬마소녀의 친구들도 나랑 친한데 많은 어린아이들이 나와 친구를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어찌 된 게 내가 더 많은 것들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나와 대화도 나누어주고, 자전거도 같이 타곤 하는 친구들이다. 우리 편의점에는 스케이드보드가 있다. 나의 취미 중 하나다. 가끔 스케이드보드를 타자고 할 때는 쉽지 않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혼자 타게는 못하고 보드에 앉으면 내가 밀거나 끌어줘야 하기 때문인데,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너무나 벅차다.


 이렇게 우리들은 예쁜 마음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친구는 편의점을 쇼핑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나 또한 다시 책을 읽기 위해 눈을 돌렸다. 1분 정도 책을 읽었을까. 다른 손님이 들어오셔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에 왔다. 바코드를 '삑삑' 찍고 계산을 하고 있었다. 계산을 하는 사이에 친구가 사고 싶은 물건이 없는지 나가려고 하길래 인사를 건넸다. "OO아 잘 가~" 그런데 내 눈에 달라진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반팔티를 입고 왔었는데, 한쪽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설마 했다.


 "OO아. 잠시만 기다려봐~"

 나의 목소리를 들은 친구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며 편의점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마저 하던 계산을 빠르게 끝냈다. 그리고 손님은 나가셨다. 친구가 다시 계산대에 있는 내 앞에 왔다.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었을 때, 달라진 친구의 모습이 다시 달라져있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없어졌다. 정말 그러지 않길 바랐는데, 그럴 확률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친구가 나 몰래 포켓몬 빵을 숨겨서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었다.


 편의점에는 나와 친구 둘만 남아있었다. 혹시나 다른 손님이 계시거나, 들어오려고 하시는지 주위를 둘러봤다. 당분간은 다른 손님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 같은 사이지만 아직은 내가 키가 크기에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친구와 눈높이를 맞췄다.

 "OO아. 빵 어디에 놨어? 삼촌 갖다 줘. 괜찮아. OO이가 직접 삼촌한테 갖다 줘."

 어려운 첫마디를 꺼냈다. 내가 알아봤을 때 놀랐던지 편의점 안쪽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에게 오는 동안 빵이 원래 있던 자리에 놓을 정신도 없었을 거다. 친구는 나에게 빵을 갖다주었다. 나는 빵을 받아서 제자리에 놓으러 잠시 몸을 일으켰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장을 수년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대했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한 순간이었다. 나는 다시 친구에게 가서 눈높이를 맞췄다.

 "OO아. 삼촌이랑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다시 한 마디를 꺼냈다. 친구는 말했다.

 "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친구가 아닌 관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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