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위기(2)

미국 집은 나무집이다.

by Moses Sung

밑에서 굉장히 덩치가 크고 머리를 풀어헤친 (해리포터의 해그리드 같은 느낌) 백인 한 명이 쿵쿵 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면서 성난 목소리로 정확하게 나한테 이렇게 얘기했어


“What the fxxx are you doing, dude?” (나쁜 말은 귀에 쏙쏙 박히는 매직 같은.. )


내가 사는 아파트(2층) 밑에 집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자기 집에서 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거야. 난 처음에 이해가 안 됐어.


'우리 집에서 물이 새는데 너희 집이 왜?'


한국에서 들어온 지 겨우 2달, 미국 아파트 처음 들어왔던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 아마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이해하기 힘들걸?

미국은 집을 나무로 지어. 그러면 1층과 2층을 분리하는 가운데도 당연히 나무로 만들었겠지. 그런데 나무랑 나무다 보니 그 틈새 사이로 물이 다 흐르는 거야.


그 백인 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자기 집으로 와서 보라고 했어. 조심스럽게 들어갔는데, 거실이고 방이고 천장에서 정말 물이 소나기 오듯이 쏟아지는 거야. 물이 샌다고 해서 뚝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고 정말 폭포수처럼 내렸어. 내 시선에는 그 백인 친구의 TV, 랩탑, 침대, 모든 책들이 물에 씻기고 있었어.. 이건 진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 아니 영화에서만 봐야 하는 장면이었어. 다리는 힘이 풀리고, 그 백인 친구에게는


"I am so sorry"


이 한마디 밖에 할 수 없었어. 물은 이미 30분이 넘게 나오고 있었어. 그날이 토요일이라 plumber service (배관 서비스)도 전화받는 곳이 없었어. 아파트에 오래 산 친구한테 물어보니 물을 잠그는 스위치가 어딘가 있을 텐데 워낙 아파트 촌이 넓은 곳이라 직원들만 알거래.. 911로 전화를 해야 하나 하는 와중에, 아랫집 그 백인 친구가 24/7 emergency로 다시 전화를 여러 번 해서 드디어 받았대. 상황을 설명을 했더니 지금 오겠대. 물은 점점 흘러 아파트 주차장까지 흐르고 있었어. 지나가던 아파트 주민들은 술렁거리며 모이기 시작했고 난 진짜 멘탈이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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