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들의 등장
다음 날 전화 한 통을 받게 돼. 어제 파이프를 부러뜨린 마트 직원 중 한 명이었어. 미국에서는 워낙 이 한국 마트가 유명하기도 하고 크기도 해서 난 이 정도 사건이면 설마 모르는 체 할까 하는 마음이었어. 마트 직원 분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저희 지점장님이 한번 뵙고 싶어 하세요. 혹시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
난 속으로
‘아 사건이 사이즈가 좀 커서 윗사람이 오나 보다’
싶어서 알겠다고 했지.
그 마트에서 우리 집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렸는데 점심시간쯤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어. 시간이 되어서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어제 사고 내신 분들은 오지 않으셨고, 다른 두 분이 오셨는데 한 명은 나이가 좀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 남자보다 살짝 나이는 적어 보이는데 수트를 말끔하게 입고 서류 가방을 하나 들고 왔더라고. 나이 있던 한 명은 지점장, 다른 수트남은 내가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변호사.
'첫 만남에 변호사를 데리고 왔다고?'
이거 뭐 있구나 싶었어.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인자하지만 어색한 웃음을 보여줬어. 그러더니 지점장이란 분이 말을 시작해.
“미국은 유학으로 왔다고 우리 직원들한테 들었는데 혼자 온 거예요? 요즘 환율이 높아서 (당시 $1 당 1500원 돌파) 유학 오기 힘들었을 텐데 한국에서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좀 괜찮으신가 보다. 미국 생활은 지낼만해요?”
말투는 분명 교양 있어 보이고, 친절한 거 같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의 내용이 자꾸 거슬려. 첫 대화에 우리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을 얘기해. 이게 무슨 x 쌉 소리지? 처음부터 욱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나보다 연장 자니까 한 번은 브레이크 걸었어. 그리고 이렇게 얘기했지
“유학생이 수입이 없는데 다 힘들죠. 부모님께 지원받는 거라 죄송하고요.”
그랬더니 대뜸 지점장이, 생활이 힘들면 우리 마트에서 캐시잡으로 일하게 해 줄 수 있대. 난 이게 또 무슨 dog 소리인가 싶었어. 지금 우리가 만난 이유는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인데, 딴소리를 하고 있네. 대화를 이 사건에 맞추려고, 이 사고를 어떻게 해결하실 거냐고 물으니 지점장의 답변이 가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