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버리지 마요
Bidet: $280
Installation Service Fee: $32
내가 조용히 그들 눈앞에 보여준 종이는 비데의 가격과 설치 서비스 비용이 적혀있는 영수증이었어. (이 순간에 매일 습관처럼 버리던 영수증이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깊게 깨달음)
참 다행이었던 게, 원래는 installation service fee는 영수증에 안 찍히는 내역이었는데, 나중에 설치하는 분들이 헷갈릴 것 같아서 따로 넣어달라고 요청했었거든. 그 무심코 했던 요청이 이 사건의 중요한 키가 될 줄이야.
지점장은 안경을 올려서 이마에 걸치고, 가까이 다가와 영수증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어. 그리고 그들의 말은 밑바닥에 깔린 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지점장: “아!! 왜.. 그걸 영수증을 끊어줘서는.. 버리지도 않고 잘 가지고 있네.”
변호사: "그러게 말이에요. 이거 좀 복잡하겠는데요."
위의 말은 마음의 소리가 아니라, 실제 입으로 터져 나온 육성이었어. 내가 영수증이 없었더라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 사건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다는 거잖아. 변호사가 마지막 변론을 하듯이 얘기하더라구
변호사: “개인이 법인 회사랑 법정에서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변호사비 낼 비용은 있으시고?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는데~~~ 뭐 얼마나 정의롭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학생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고 마음 바뀌면 다시 연락 줘요.”
그리고선 나에게 본인의 비즈니스 카드를 건네줬어. 난 세상에 이런 미친놈들이 다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보란 듯이 받은 비즈니스 카드를 보지도 않고 손으로 구겨 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변호사는 그런 나의 행동에 열이 받았는지 삿대질을 하면서 뭐라고 하더라고.
난 그들에게 쌍욕을 해주고 싶었는데, 굳이 내 입을 더럽히지 말자 싶은 마음이 들어서
“둘 다 너무 양아치 같아요.”
이렇게 한마디 던지고 스타벅스를 빠져나왔어.
이 마트 사람들하고는 법정에서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들 말대로 하아.. 변호사는 어떻게 알아봐야 하고, 긴 시간의 싸움은 어떡하나 싶었어.
이때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연락은 드렸었는데, 걱정하실까 봐 위 사건은 그냥 작은 사고처럼만 얘기해 놓은 상태였고.
내가 이 에피소드 초반에 한번 얘기했지만, 뭔가 일이 크게 일어나려면, 사소하고 작게 꼬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맞물려서 일어나는 것 같아.
이 사건은 한 가지 더 꼬인 문제 때문에 미궁으로 빠져. 다음 꼬인 문제를 들으면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라고 할 거야.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피해자분들한테서 잠깐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 내가 살던 아파트 건물 바로 뒤쪽에 아파트 수영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사람들과 모였어. 만났는데 다들 표정이 저번에 봤을 때 보다 괜찮아 보이는 거야.
'뭐지??'
난 죄인처럼 그들한테 불려 갔는데 오히려 따뜻하게 맞아주며 인사해 주더라고.
왜 그런가 했더니 아파트에서 모든 피해자에게 일단 다른 유닛으로 집을 변경 해줬대.
'음.. 아파트 오피스 매니저가 인류애가 넘치나??'
피해자분들은 내가 너무 힘들어할까 봐 날 불러서 괜찮다고 얘기해 주려고 부른 거였어. 같이 모여서 맥주도 한잔 하고, 스낵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
몰랐지 그때는.. 그 마지막 꼬인 일을..
다음날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