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1)

국제 왕따의 미국 첫 정규 수업

by Moses Sung

살면서 왕따 당해 본 적 있어?


아니면 왕따를 주동해 본 적 있나? 그랬으면 반성해라!!!


난 국(초) 중고 대학교까지 전부 한국에서 다녔어. 대학교 때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살짝 겉돌았을 뿐 누군가에 의해서 왕따를 당한 적은 없었거든. 미국 처음 와서 영어 공부할 때도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공부했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왕따를 대학원 첫 수업에서 겪게 될 줄은 몰랐어. 이번 에피소드는 미국 첫 대학원 생활에 있었던 일이야.


대학교에서 난 CS (Computer Science-컴퓨터 공학) 전공을 했어. 그리고 대학원은 EE (Electrical Engineer - 전기 공학)중에서도 Telecommunication (정보통신) (Wireless Network - 무선네트워크) 쪽을 공부하게 되었지. 첫 수업은 Data Communication (데이터 통신)이란 과목이었어. 수업 첫 시간에 강의실을 들어갔는데 얼마나 긴장했다고. 처음으로 영어수업(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이 아닌 정규수업을 듣는 거라 교수님을 기다리는 동안 긴장으로 내 발은 쉴 새 없이 흔들거렸어. ESL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다들 그랬거든. 교수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처음 정규 수업에 들어가면 대부분 멘붕이 온다고 하더라고.


수업이 시작하고 2분 만에 바로 멘붕이 왔어. 그런데 영어로 멘붕이 왔으면 예측 가능했을 텐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멘붕이 왔어. 이 수업 교수님이 꽤 나이가 많으신 백인 할아버지 교수님이셨는데, 첫 소개가 이거였어.


"난 이번 년이 내 커리어 마지막이에요. 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번에 들어온 여러분이 내 인생의 마지막 학생들이네요."


그런데 문제가 뭐였는지 알아? 정말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건지 혼자 얘기하시고 혼자 웃으시는 거야. 우리 학교가 고맙게도 매 강의를 녹화해서 게시판에 올려줬는데, 저 위의 멘트를 집에 와서 비디오를 여러번 보고 알아들었다니까... 무슨 말이냐면 교수님 목소리가 안 들려 ㅠㅠ

혹시 내가 영어를 못해서 못 알아듣는 건지 다른 애들 몇 명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같은 상황이더라고. 이 교수님 덕분에 강의 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어. 그 과목이 우리 전공과목 중에 정말 기본 과목이었는데, (기본 전공 용어를 공부하는 그런 과목) 공부를 열심히 안 했는데도, 저절로 외워지더라.


우리 전공(EE 전체 말고 EE 중에서도 Wireless Network 전공만)의 인종 비율은 압도적으로 인도인들이 많았어. 전체에서 딱 3명만 다른 인종이었거든. 일단 나 한국인, 시리아에서 망명한(당시 전쟁 중) 친구 한 명,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 한 명 이렇게 셋.


비디오로만 이해할 수 있었던 그 교수님의 수업은 그렇게 까다롭진 않았어. Midterm (중간고사)이 3개, Final(기말고사)이 1개인데, 각 시험마다 보기 전에 시험 문제를 만들어서 교수님한테 제출해서 시험 문제로 선택이 되면, 가산점이 있다고 했어. 미국 첫 정규 과목이었는데, 좀 실망이었지만 어쩌겠어 교수님이 그렇게 진행하겠다는데..

그것보다 더 실망이었던 건,


"이 수업은 왜 들어와야 하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안 들렸어. 수업 중에 한 학생이 교수님에게 얘기했어.


"교수님 안 들리는데, 좀 크게 얘기해 주시면 안 되나요?"


교수님은 입을 마이크에 가까이 대면서,


"마이크 쓰면서 얘기하는데 안 들리나요?"


안 들린다고 그 친구가 얘기했더니


"이래도 안 들려요?"


하고 조금 큰 소리로 얘기했어. 이 말이 내가 그 수업에서 오프라인으로 들었던 말 중에 들렸던 유일한 말이야. 그리고 교수님의 톤은 다시 원래로 돌아왔어. 그 물어본 학생도 그 말이 들려서 들린다고 했다가 다시 안 들리기 시작하니 결국 포기하더라고.


첫 번째 Midterm 이 다가오기 시작했어. 나는 누구? 한국 입시 교육을 받았던 사람이잖아. 교수님이 좋아할 만한 문제로만 쏙쏙 빼다가 문제로 만들어서 보냈어.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할 만큼 잘 만들었던 것 같아.


첫 Midterm을 보는 날이었어. 그런데 이게 뭔 일이여.. 시험지를 한번 쫙 훑어봤는데, 내가 교수님에게 제출한 시험 문제들이 전체 60문제 중에 3문제 제외하고 전부 나온 거야.


'대한민국 수능 교육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