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4)

이건 뭔가 있다

by Moses Sung

웃으면서 물어본 시리아 친구는 두 번째 시험에도 85점을 맞았다면서, 본인은 첫 번째, 두 번째 시험 모두 평균 점수 이하라고 했어.

세 번째 시험에 내가 제출할 시험문제를 공유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두 번째 시험 이후에 뭔가 느낌이 서늘했던 다른 친구들의 시선과 다르게 이 친구는 항상 내 옆에 와서 인사하고, 안부 물어주고, 같이 공부도 했던 친구였어. 난 기쁜 마음으로 공유해 준다고 했어.

세 번째 시험 전에 이 친구랑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서로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서 서로 더 친해지는 계기도 생겼어.


드디어 세 번째 시험날이야. 난 강의실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가득 쓰여 있는 노트를 보며 외운 것들과 이해한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어.


몇 분이 지나니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 그 깝쭉거리던 인도 녀석이었어. 자기 옆에 앉은 친구랑 나 들으란 듯이 이렇게 얘기해.


"어제 얼마나 공부했어? 난 어제 1시간 공부했는데, 어려운 게 하나도 없던데, 넌 얼마나 공부했어?


옆에 있던 친구가 큭큭 웃으면서 대답해.


"난 어제 40분 공부했는데 더 할 게 없더라고. 우리 똑똑한 한국 친구는 얼마나 공부했으려나? 한 10분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러더니 그 둘 무리에 있던 다른 인도 학생들도 같이 웃고 있어.


당시 20대였던 나의 성격을 나의 친구들의 말을 빌어 얘기하면, 일단 유한 성격은 아니었어.


꽤 까칠하고,

썩소 잘 날려주고,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게 얘기하고,

화를 쉽게 내진 않았지만, 화나면 다신 안 볼 생각을 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했어.


친구들한테 그런 적은 없었는데,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예의 없게 위의 인도애처럼 비꼬면서 얘기하면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아.

그 인도녀석들의 웃음에 너무 화가 나서 내 가방을 열고, 손을 넣은 다음에 뒤적뒤적거렸어. 내 옆에 앉았던 시리아 친구가 물어보더라고.


"뭐 찾고 있어?"


뒤에 그 둘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얘기해 줬지.


"내가 오늘 가방에 총을 넣은 거 같은데 안 보이네."


그 둘이 내가 한 얘기를 듣고 나와 눈 마주치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라고. 그래서 웃으면서 다시 얘기했어.


"아.. 깜박 잊고 놓고 왔나 보다."


시리아 친구는 웃으면서


"내가 혹시 몰라서 아까 도서관에다가 놓고 왔어."


이러면서 내 농담을 받아쳐줬어.


그 둘은 뻥 찐 얼굴로 자리를 옮겨서 다른 곳으로 갔어.


몇 분이 지나고, 조교가 시험지를 들고 들어왔어. 그리고 시험은 시작됐지. 시험 시간이 총 2시간이었는데, 10분이 지났나? 강의실 학생 중에 3/4이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가는 거야.

아까 나에게 깝죽거리던 그 둘도 나에게 엄지 척을 날리며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갔어.


'이거 뭔가 있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일단 난 내 시험지에 집중해야 했어. 난 다른 애들처럼 빨리 제출할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이건 답을 미리 알고 있는 거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나갈 수 없다'


였어. 시험 시간이 30분이 지나니, 강의실에는 나와 그 시리아 친구 2명만 남았어.


앞에 있던 조교는 우릴 한심하다는 듯이, 왜 우리만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닦달했어. 그러잖아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니까 짜증이 확 나더라고. 바로 조교한테 얘기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