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의 서막
점수 어땠을 거 같아? 말해 뭘 물어 입 아프게.
첫 정규 수업, 첫 시험에서 전부 다 맞았어. 기분이 좋다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감동이 밀려왔어.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 한마디 잘 못해서, ESL 맨 아래 레벨부터 올라온 유학생이 그런 점수를 맞으면 감동이 생겨.
시험 점수를 받았을 때, 교수님이 자기 수업에서 다 맞은 학생이 본인 커리어 동안 몇 번 없었다고 했는데, 그중에 한 학생이 된 거야.
이런 확신이 들더라고.
‘미국에서도 내가 할 수 있구나’
내 감동과는 달리, 강의실에서는 웃으며 점수를 받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어. 학생들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55점이 나왔거든. 교수님도 이런 낮은 점수에 놀라면서, 성적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 좀 해보겠다고 하셨어. (이 말 역시 모든 학생이 수업 영상을 확인 후 알 수 있었어 ^^) 다들 울상이고, 분노하는 학생들도 있었어. 그 분위기에서 나 혼자 점수 좋다고 혼자 좋아할 수 없잖아. 그래서 아주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지.
내가 낸 문제가 어려워서 다들 점수를 못 받았나 싶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 각자 점수를 시험지에 써서 나눠줬는데, 괜히 죄인처럼 시험지를 받자마자 점수 보이는 첫 페이지를 접으면서 받았어. 그런데 갑자기 앞에 있던 학생이 뒤돌아서 나를 째려보며, 비웃음 치며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네 점수가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높네"
등골이 서늘했어. 뭐야? 난 내 점수를 보여준 적도 없는데.. 거기다가 앞에 있는 친구라 내가 내 시험지를 받을 때 내 점수를 우연히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교가 한 명씩 시험지를 따로 나눠줬거든)
몰랐어. 그땐 몰랐어. 이게 국제 왕따가 되는 서막이었다는 것을..
수업이 끝나고 친하게 지냈던 시리아 친구랑 걸으면서 얘기했는데, 이 친구는 85점을 맞았대. 본인의 점수를 오픈하면서 내 점수를 물어보는데 숨길 수는 없어서 점수 대신 얘기해 줬어.
"시험 전에 문제를 출제해서 교수님한테 보냈는데, 그 문제들이 거의 시험에 나와서 높은 점수를 받았어."
그 친구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잘했다고 격려하며, 다음에도 문제 낼 거면 본인 하고도 공유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잘 들어갔어.
그 이후 1달 정도가 지나고, 또 한 번의 시험이 다가왔지. 이번에도 역시나 문제를 공부하면서 열심히 만들어서 교수님한테 제출했어. 그리고 시험을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