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전말
"어제 족보 보니까 정말 쉽던데. 어제 잘 봤지?"
"족보? 무슨 족보? 난 그런 거 없었는데?"
이 말이 끝나자마자, 조교는 시험지를 들고 들어왔고 시험은 시작했어. 이제야 궁금증이 살짝 풀렸어.
'이 시험에 족보가 있구나.'
이번 시험도 2시간짜리 시험이었어. 머릿속이 복잡했어. 최대한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고 시험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멘탈이 흔들린 나에게는 쉽지 않았어. 역시나 30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거의 다 나갔는데, 이번엔 옆에 있던 시리아 친구도 자리에서 일어났어. 나가면서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던 친구가 그러더라고.
"밖에서 기다릴게."
난 역시나 2시간을 거의 꽉 채웠고 내가 마지막으로 시험지를 제출하는 사람이었지. 조교는 또 피식 웃으면서
"네가 또 마지막이네."
짜증이 속에서 치밀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어. 나와보니 시리아 친구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어. 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어.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어.
"어제 도서관에서 만난 인도친구한테 족보 못 받았어?"
어제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다가 난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시리아 친구보다 먼저 도서관을 나갔어.
집으로 가려고 도서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시리아 친구는 잠깐 밖에서 바람 쐰다고 나랑 같이 나갔거든. 같이 도서관 문을 나가는 길에 같은 클래스 인도 친구를 만나서 난 짧게 인사만 하고 갔거든.
"아니 난 인사한 이후로 보지 못했는데.."
시리아 친구는 놀라면서 얘기했어.
"그 친구가 너한테도 족보를 이미 줬다고 나한테 얘기했는데.. 못 받았어?"
그제야 퍼즐조각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어. 시험에 족보가 있었던 거야. 족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게, 그냥 작년 시험이랑 문제가 똑같은 거였어. 친구가 받았던 족보라는걸 보니 작년 연도가 쓰여 있었고, 오늘 시험본 걸 기억하며 봤더니 1번부터 마지막 문제 순서까지 똑같았어.
한 학기 동안 공부했던 그 시간이 허탈하게 느껴졌어. 물론 내가 공부한 게 헛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를 생각하니 허무하더라고. 어떡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날 교수님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어.
그다음 날 학교를 가려는데 시리아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
"잠깐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