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8)

교육자의 민낯

by Moses Sung

교수님과 약속을 잡고 간 게 아니라서 과연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가보자'라는 마음에 갔어. 교수님 방 유리 위로 불이 들어와 있는 게 보였어. 들어갔는데, 다행히 교수님이 계시더라고. 역시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내가 왜 왔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았는데, 일단 확인할 생각 없이 답답한 내 마음을 먼저 얘기를 해야 했어.


"교수님, 시험 관련해서 문의할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내가 시험 성적에 관해서 물어보러 온 줄 알고, 내 이름을 먼저 물어보셨어. 마음속에서는 계속 이렇게 주문을 외웠어.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얘기하자 제발..'


"xx x입니다."


교수님은 본인이 업데이트 한 서류를 랩탑으로 보시며, 그러셨어.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어떤 게 문제인가요?"


다시 한번 숨을 차분하게 고르고 얘기했어


"이야기가 좀 길지만, 처음부터 얘기해 드릴게요..."


내가 처음 겪은 일부터 방금 전까지 시리아 친구한테 들었던 얘기를 전부 빠짐없이 얘기해 줬어. 교수님의 얼굴은 좀 심각해지긴 했는데, 내게 오히려 더 충격적인 말을 하셔.


"음... 학생한테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어 보이진 않네요."


'뭐라고요?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문제가 아니라고?'


나 진짜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 그리고는 어이없는 말들을 얘기하셔


"내가 수업 처음에 말했지만, 난 이번 학기가 내 일생에서 가르치는 게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 큰 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학생 점수가 나쁜 것도 아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충격이었어. 화가 많이 나서 이렇게 물어봤지.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으신가요?"


교수님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어.


"그 학생은 공부한 만큼 나중에 더 도움이 되겠죠."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교수님은 계속 이어가.


"학생이 학교에 고발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그래도 내가 이번에 학교 나가는데 학교에서 뭘 해주진 못할 거예요."


나도 교수실 가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는데, 교수님이 얘기한 저 상황도 미리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어. 그래도 교육자라는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을 직접 들으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더라고.


교수님은 이제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나가봐요. 나도 이제 나가봐야 해서요."


실망이 컸어. 내가 이 학교에서 첫 영어 랭귀지 수업을 들을 때부터 좋은 선생님들만 만나서 그런지 막상 직접 겪고 보니 충격은 훨씬 더 컸어. 집에 돌아와서 속이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이대로 넘어가기엔 내 성격상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


'탁 탁 탁'


난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