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10)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여

by Moses Sung

2번째 학기의 첫 수업이 시작됐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또 그 깝죽대던 인도 학생을 그 수업에서 만나게 된 거야.


Dean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그 녀석의 이름은 일부러 쓰지 않았어.
고민을 오래 했지만, 그 녀석은 나이가 어렸고, 조교가 그의 사촌이었으니까 이번 일을 통해(학교의 처벌이 있을 거라 예상을 하고) 뭔가 배우고 느끼길 바랐던 마음도 있었거든.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어.


수업 첫날,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도 학생들(강의실에 대부분이 인도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사 반응이 싸늘했어. 불편한 공기가 확 느껴졌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지난 학기에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줬던 시리아 친구가 이 수업을 같이 듣게 된 거야.

수업 후 그 친구가 나에게 물었어.


“왜 그 녀석 얘긴 이메일에 안 썼어? 다른 인도애한테 들었는데, 너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대.”


“누구한테 들었어?”


“지난 학기 마지막 시험 전에 나한테 족보 줬던 인도 친구. 그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네 잘못이 아닌데 너한테도 나쁜 짓 한 것 같대. 나중에 너한테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왕따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전했다는 말에 묘하게 웃음이 나왔어.


사실 그때 내 마음속엔 아주 작은 Racism(인종차별)이 올라왔어.

‘이 나라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앞으로 이 나라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까지 했었지.
물론 이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 당시엔 너무 지쳐 있었던 거야.


그때 시리아 친구가 다시 말했어.
“그 사과한다는 인도 친구가 그러는데, 저 깝죽대는 애가 자기 사촌이 너 때문에 학교에서 잘렸다고 소문내고 다닌대.”


역시나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지.
변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겠지.


그날 이후 고민이 깊어졌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학기 중의 시간은 빨리 지나갔어.

그 시기엔 수업이 끝나면 집에 빨리 가는 게 가장 중요했거든.

학기 시작 전, 방학 동안 나의 인생에 중대한 일이 있었어. 한국에 있던 여자친구와 3년 반의 롱디를 끝내고 결혼했거든. 신혼이었고, 아내가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외로워할까 봐 매일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갔어.

그 녀석이 가끔 기분 나쁘게 굴어도, 집에만 가면 금세 기분이 풀리는 시기였지.
그야말로 ‘집으로 가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마법 같은 시간.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하필 그 녀석 앞자리가 비어 있었어.
앉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쟤 때문에 우리 사촌형이 억울하게 학교 떠났잖아. Fuxx.”


친구들한테 하는 얘기인데, 강의실 전체가 들을 만큼 큰 목소리였어.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다짐했어.


‘그래. 넌 오늘 내가 매장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