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벌을 받아보자
경험한 일들을 곱씹으며, 이메일을 보냈어.
누구한테? Dean한테!
다행히 처음 대화하는 분은 아니어서 마음이 덜 부담스러웠어.
대학원 입학 전에 1:1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연락처와 이메일을 주셨거든. 정말 도움이 필요했으니, 그때 받은 말이 지금을 위한 거였던 셈이지.
처음 있었던 일부터 교수님과의 대화까지 이메일로 상세히 적고, 증거로 작년 시험문제까지 스캔해서 함께 보냈어.
기다리는 동안 성적이 발표됐는데, 결과는 ‘B+’.
이젠 성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어.
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학교의 올바른 대처가 나와야만 내 마음이 회복될 것 같았거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답장은 쉽게 오지 않았어.
일주일이 지나고 며칠쯤 더 지나서야 드디어 답장이 도착했지.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이었어.
“먼저 이런 일이 생겨서 학교를 대신해 죄송합니다.”
이 학교는 내가 미국에 처음 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곳이야.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내 인생을 바꿔준 선생님들도 여기서 만났지.
(대학원을 추천해 주셨던 그 영어 선생님들 - Thank you Mr. Fisher and Dr. Jane)
학교를 거닐며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꿈꾸게 해 준 이곳이 참 고마웠어.
그래서 만약 학교가 ‘나 몰라라’ 한다면, 정말 큰 상처가 될 것 같았어.
이메일을 계속 읽어나갔어.
“그 과목을 담당한 교수님은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를 떠나시기 때문에, 학교에서 별도로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답변이었어.
(이 부분은 며칠 전 현직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볼게.)
그래도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었어.
“그 과목을 맡았던 조교는 저희 학교를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학교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가해자였던 조교는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어.
몇 달 동안 내 마음을 짓눌렀던 큰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는 기분이었지.
그리고 그 자리에선 마치 암반수가 터져 나오는 듯한 해방감이 밀려왔어.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고마워했던 학교는, 마지막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걸로 이 에피소드가 끝일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이 에피소드는 이제부터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