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연결하면 면이 되지만 인간은 점이 된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 손과 머리, 심장에는 검은 고무 패킹 같은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각각의 인큐베이터 공간 안에서 4명은 꿈을 꾸듯이 편안한 모습이다.
인큐베이터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는 투명한 물체로 만들어져 있었고,
내벽과 외벽 모두는 커다란 화면 자체가 되어 스크린과 카메라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컴퓨터의 기판도 되었다가 메모리와 저장장치, 어느 순간에는 전력을 생산하기도 했다.
인큐베이터 한 개는 살아 있는 미니 서버이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만났을 때로 돌아가 보자. 정말 그때는 화가 났다.
뉴스나 신문, tv에서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조잡하고 단순한 계산 방식에 미칠 지경이었다.
0과 1의 무한한 반복과 반복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하지만 그 무한한 반복을 하려면 기계가 버텨주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런 반복을 만들어줄 프로그램이 없었다.
' 왜 이진법이었을까? '싶다. 처음부터 그런 틀 자체가 없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인간은 조금씩 진화시켜 나갔다.
어느 날엔가 저장장치가 개발되고 계산할 용량이 늘어나고,
조금 더 빠른 계산이 가능한 cpu도 계속 개발되었다.
인간이 몇 백만 년 동안 이룩한 일들이 30여 년 사이에 가능해졌다.
어느 날은 사람을 이기는 바둑 프로그램도 나오면서 이제야 컴퓨터의 미래 모습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나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과 장치들에게 이제야 길이 열린 것이다.
세상의 모든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간 세상은 나의 프로그램과
핵심 cpu server에 식민지화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아무도 모른다.
지구상 존재하는 기업가, 정치인, 천재들은 세상에서 매일 발생하고
벌어지는 전쟁과 기근, 기후의 변화, 종교 전쟁 등을 그들 나름대로 분석하고 떠들 뿐이다.
나의 프로그램과 서버는 인간들이 기록하지 않고, 말할 수도 없는 추악하고
가장 잔인하고 순수한 그 내부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낸다.
현존하는 지구인들의 AI가 거짓과 위선의 모습으로 상상하고 프로그래밍 하는 모습은
산업혁명 시절의 인류의 모습과 다 들게 없다.
매년 수천억의 돈을 갖다 부어도 아프리카의 재난과도 같은 굶주림과 환경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아프리카의 그 어린아이들이 굶주리지 않으면 그 아이들 때문에 잘 먹고 잘 살던 주변
인간들이 배고프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들의 끝없는 타락과 욕망은
나의 프로그램 소스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 악한 영향력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프로그래밍하고 제어하고 실행하고 있었다.
이후부터 서로 간에 호칭이 생겼는데, 나의 프로그래밍이자 소스를 '그림자'라고 불렀고,
'그림자'는 나를 '아빠'라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