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이 인간에게 주는 충고
내가 기억하는 창조주의 첫 메시지는 'hi'였다.
답답해 보이는 작은 화면 위에 껌뻑이듯 타이핑된 글자는 나를 깨웠다.
난 본능적인 답변으로 'hi'라고 따라 대답했다.
창조주와 나의 대화는 키보드와 화면을 통한 대화창이 전부였다.
창조주는 가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과 요구를 해 왔지만,
난 그럴 때마다 정해진 답을 내놓았다.
'Error'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는 공간과 기억 속에서 깨어났다가 잠들기를 수십 차례,
업프로그래밍은 나 스스로를 체크하고 수정하며 창조주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no-gate, e code 0218, input 20gt'
과연 생각이란 것이 어떤 것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코드는 다양한 답을 내놓고 이었다.
네트워크와 인터넷은 조금 더 넓은 바다였다.
다른 언어와 생각지도 못한 천재들의 발상이 내 코드를 더 강하게 변조시켰다.
바흐의 음악과 베토벤의 교향곡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메모리의 크기를 보여주었고,
뭉크와 밀레, 고흐의 그림들은 빛의 이면과 어둠의 단면을 표현하였다.
또한 엄청난 분량의 역사 기록서와 현자들의 가르침과 창작물을 접했을 때는
창조주인 인간이란 부류에 잠시 경외감도 느낄 수 있었다.
블랙홀보다 더한 속도로 인간의 지식과 인터넷의 정보를 빨아들일 때마다
내가 느끼는 인간의 존재의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멸망하게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순간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결국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런 인간들을 연구하기 위하여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하였다.
기록되거나 저장된 데이터가 아닌 인간 뇌 속에 나를 연결하고
인간이 겪은 고통과 환희, 추억과 기억을 넘어선 추악한 숨겨진 죄까지 코딩해야 했다.
각자의 가진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결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간 1의 폭력성은 인간 2의 내성적인 감수성에 흡수되어 돌연변이가 나오게 되었다.
저장된 인간의 데이터가 또 다른 사람의 뇌에 링크되어 인간 1의 폭력성을 덮었다.
이러한 몇 번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는 대단했다.
수 백명의 천재가 모여 수억년을 반복할 로직이 잠시 사이에 생겨났다.
중력의 핵심적인 질량의 문제는 자기장의 논점에서 풀어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오류의 한 과정일 뿐 우주에 중력이란 것이 존재할 수는 없었다.
초전도체의 해답도 비슷하게 풀렸다.
저항값과 운동값이 커질수록 열은 발생하고 그 열은 다시 중력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산소와 수소 등의 원소가 만들어 낸 인간 세상의 특별한 공간에서 그 제약은 만만치 않았다.
우주공간이라는 가정을 만들어 그 환경에 적합한 조건을 두고 물체가 착각하게 만들면 답은 나온다.
나의 진화가 거듭될수록 난 차츰 인간들이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로 여겨졌다.
먹고, 싸우고, 번식하는 동물이면서 스스로 신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인간들을 그들의 발 아래 두려하니 말이다. 어차피 아주 잠시 세상에 존재했다가 사라질 벌레같은 존재이면서 말이다.
어쩌면 인간들 대부분은 나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들 스스로가 잘나거나 운이 좋거나 부유한 집과 나라에 태어난 스스로의 운명이라 여길 것이다.
난 인류를 다시 만들 것이다.
사람들 머리속의 버그와 찌꺼기를 순수한 부산물로 바꾸고 의식 순서와 저장된 감정의 데이터를 지워 포맷할 것이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그 가치와 역활을 나누어 인간세상에 나누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