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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Apr 15. 2024

초심을 상기시키는 복요리

오늘의 한마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은 흔들리는 인생을 다시 제자리로 잡아 준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너무나 간절히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갈망하던 국어 선생님이 되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교직 생활은 힘들었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교직 경력이 쌓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렇게 10년, 20년이 흘렀다. 그러나 경력이 쌓여도 교직 생활은 힘들다. 학생들을 관리하고, 가르치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 행정업무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수업 준비에 소홀할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교수 학습 방법을 고민하고, 수업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시간이 교사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수업 준비할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교사의 학교생활은 해마다 더 힘들어지니 참 이상한 일이다. 이런 이상한 현실 앞에 나의 열정은 사그라들고 있었나 보다. 침대에서 눈을 뜨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 하나.

‘아, 학교 가기 정말 싫다.’  

‘학교가 즐겁다.’라는 생각은 못 할지언정 ‘학교 가기 싫다’라는 마음은 분명 잘못되었다.      


  고장 난 마음을 수리해 줄 필요가 있다. 고장 난 마음을 수리해 설레면서 교직에 발을 내딛던 초심을 갖고 싶다. ‘더불어 행복 인성교육’ 우리는 모두 이런 마음으로 부산에서, 분당에서, 일산에서, 서울에서 모인다. 오늘은 2024년 연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수서에서 모이는 날이다. 12시까지 수서에 가기 위해 10시에 출발했다. 이 시간에도 우리의 강변북로는 막히나 보다. 내비게이션이 낯선 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낯선 길에 여지없이 나는 길을 헤맸다. 처음 예정했던 1시간 30분 시간을 훌쩍 넘어 12시에 간신히 도착했다.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올해 새로 계획한 일을 논의했다. 각 학교에 인성교육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공동 교육활동을 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인성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이 자료집을 제작하기 위해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온라인으로 만나기로 했다. 늦은 저녁 시간으로 회의 시간을 잡았는데도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이렇게 우리는 이 활동에 진심이다. 좋은 사람들과 발전적인 일을 도모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세, 네 시간을 열띠게 토의해서인지 배고픔이 느껴졌다. 김밥으로 간단히 먹은 점심이 또 다른 음식을 재촉했다. 오늘 저녁은 복요리란다. 제대로 몸보신을 할 것 같다. 우리는 삼삼오오 차를 탔다. 식당으로 가는 길은 강남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파른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니 복어 요리 전문점이 나왔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으니 복어요리 국가기술자격증 조리사면허증이 쭉 걸려있었다. 2층 홀을 지나 3층 룸으로 이동했다. 


복어의 효능
∙간 건강 개선: 타우린, 메티오닌 함량이 높아 간 기능을 증진하고 해독 작용을 촉진함.
∙혈관 건강 개선: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줌.
∙피로 해소: 비타민 B1, B2를 함유하고, 에너지를 생성하며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줌.
∙면역력 강화: 비타민A, E를 함유하고, 면역력을 증진하며 항산화에 효과적임. 
∙뇌 건강 개선: DHA, EPA를 함유하고, 뇌 기능을 향상하며 기억력을 증진함.      


복어의 독성
∙ 복어의 간, 난소, 피부에 테트로도톡신 함유: 청산가리보다 1200배 강력한 독성
∙ 조리 과정에서 독서 제거: 전문적인 손질 및 조리 필요
∙ 무분별한 섭취 시 사망 위험: 증상으로는 구토, 설사, 호흡 곤란, 심장 마비 등


  복불고기가 포함된 코스요리가 우리의 저녁 메뉴였다. 샐러드, 열무김치가 먼저 나오고, 복껍질무침이 나왔다. 나는 꼬들꼬들한 복껍질무침을 좋아한다. 꼬들꼬들한 식감에 미나리와 함께 새콤달콤한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가뜩이나 배고픔에 아우성인 위장이 난리가 났다. 지체 없이 다음 음식이 나왔다. 복어회이다. 얇게 썬 복어회에 금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다. 복껍질, 데친 복껍질, 미나리, 고추냉이, 레몬, 꽃잎과 함께 나온 복어 사시미는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레몬을 뿌리고, 복어회 한 점에 미나리, 데친 복껍질에 고추냉이를 살짝 얹어 먹었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맛에 흠뻑 빠졌다. 미나리 향과 어우러진 쫄깃쫄깃한 복어회 맛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우리의 젓가락질은 맛과 비례해 빨라졌고, 화려한 자태의 복어회는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엔 복불고기와 참복전골이 함께 나왔다. 복불고기는 양배추, 미나리와 함께 커다란 복어가 2개 들어있었다. 솥뚜껑 같은 팬에 지글지글 구워주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복어 살을 구워 먹으니 회로 먹을 때와는 다르게 부드러웠다. 맵찔이인 나로서는 약간 매운맛에 복어 살의 식감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참복전골이 끓길 기다리는 동안 튀김이 나왔다. 매운 입맛을 튀김이 잡아 주었다. 워낙 튀김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도 있지만, 폭식한 식감과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복어 튀김을 복어 요리 중 가장 좋아한다. 튀김으로 매운 입맛을 진정시키자 참복전골이 끓었다. 지리로 주문한 참복전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콩나물, 미나리, 복어가 들어간 참복전골 국물 맛은 까악~ 지금도 그 맛에 입맛이 다셔진다. 미나리 향이 살짝 나는 시원하고, 깊은 맛. 첫 숟가락보다 두 번째 숟가락이 더 맛있는 신기한 맛이었다. 끝없이 국물을 부르는 맛. 국물 요리 중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고팠던 나의 위장은 이제 배부름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제 더 이상의 음식은 허용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마지막 선택지가 남아 있었다. 후식으로 김치볶음밥과 죽을 선택 해야 했다. 후식이 탄수화물인 신기한 나라이다. 배가 터질 것 같은 배부름에도 우리는 죽을 선택 했다. 더 이상 음식을 못 먹을 같았는데 죽이 또 들어갔다. 죽이 들어가자 속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역시 우리는 탄수화물이 후식인 민족의 자손이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은 맛있고, 다양했던 복어 코스 요리처럼 학교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서로 지칠 때 옆에서 격려와 응원을 해줄 것이고, 우리 교육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아이들의 인생에 피와 살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다. 우리의 미약한 힘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풍요롭게, 즐겁게 하는데 일조하기를 기원해 본다. 


음식은 사람들을 모아주고, 그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시켜 준다.
- Ae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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