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침침할 바에 암흑이 낫다고 생각했다 밤은 계속해서 밤이었고 어둠과 있을 때는 더 큰 어둠이 몰려오는지 알 수 없어서 안심이 됐다
빛이 없을 때 네 얼굴을 매만지면 우리는 색색의 조명이었다
춤을 췄다
손가락이 끝없이 자라나고 손톱 끝은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먼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네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정원처럼 따스해서
촛불
하나만 켜 두자고
환해질 거야
빛이 있으면 어둠이 두려워져
네가 말했고
빛이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그 안에 있었는데
네 눈꺼풀을 내 눈빛으로 더듬어본다
암막 커튼이 부서져라 휘청거리고 아슬아슬한 플라스틱 기둥
외로운 꽃말과 겉돌며 자라난 이끼
상처가 난 자리에 마른 흙을 뿌린다
확실하게 덧나야 새살이 돋아날 수 있으니까
불은 곧 꺼질 거야 울지 않기로 약속하자
어차피 모두 가려질 테니
억지로 끌어안은 것 같은 나무를 창 밖 잎사귀처럼 남겨두고
사람의 팔이 사람의 팔과 포개어진다
따뜻하니?
빛,
우리는 그 안에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