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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성 Nov 27. 2023

나 500만 원 까먹어도 돼?

시작을 만드는 기술


  “나 500만 원 까먹어도 돼?”


  집에서 옷을 팔기로 결심을 한 후 신랑에게 가장 먼저 한 말입니다.


 결혼 후 10년간 아이만 키웠습니다. 이런 제가 장사를 한다면 당연히 대박이 날 확률보다 쪽박이 날 확률이 높았습니다. 쪽박이 났을 때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으므로 옷의 사입비는 대략 250~300만 원으로 잡고, 행거, 전신 거울, 옷걸이, 포장 비닐, 택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15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예산보다 더 나올 확률이 있느니 50~100만 원을 추가로 잡았습니다. 장사를 시작하는 비용은 500만 원이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비용은 500만 원이었습니다. 만약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500만 원만 날리면 됩니다. 사실 500만 원을 날린다고 해도 손해 될 것은 없습니다. 경험을 샀기 때문입니다. 조금 비싼 경험을 샀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혼 9년 만에 집 장만을 하고, 신랑은 명품백 하나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애쓴 와이프에게 명품백 하나쯤은 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명품백을 사지 않았습니다. 그 돈으로 집에서 옷을 팔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명품백 대신 500만 원을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75평 집을 샀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출을 많이 끼고 매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옷 가게가 잘 되어 대출 이자를 값을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75평 집을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신랑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외벌이였다면 결코 이렇게 큰 집을 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돈은 옷 장사보다 75평 집을 산 것으로 더 많이 벌었습니다. 움직이는 자에게 운이 온다더니 정말로 운이 왔습니다.




 시작은 500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 생각이 아닌 잃을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내가 망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리스크를 계산했을 뿐입니다. 최악을 계산하고 나자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시작이 안 되었던 모든 일들이 그랬습니다. '안 되면 어떻게 하지?'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망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하다가 그만두면 어떻게 하지? 조금 더 준비하고 시작할까?’ 이런 생각 때문에 시작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망해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튜브를 하다가 그만두어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영어학원을 다니다가 그만두어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으며, 스마트 스토어에 장사를 시작해 보고 망해도 나에게 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게 되겠어?'라는 내 마음이 시작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실패할까 봐 시작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망할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하다가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간 걸음만큼 경험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준비는 없었습니다. 일단 시작을 하고 완벽해 지기로 했습니다.



 저 또한 하다가 그만둘까 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을 때쯤 옷 가게 문을 닫고 쉬었습니다. 어차피 옷 가게는 7~8월과 1~2월은 비수기입니다. 장사가 안됩니다. 월세도 없으니 이 시기에는 아예 옷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봤습니다. 때마침 방학기간이라 아이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렇게 재충전을 하며 어떻게 옷 가게를 더 좋게 만들지를 고민했습니다.


 







 10년 동안 아이만 키우던 경단녀 아줌마였습니다. 동대문의 많고 많은 옷 가게 중 어디서 사입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무슨 옷을 가져다 놓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일단 시작을 하고 동대문 시장을 돌아보면서 사입 거절도 당해 보면서 하나씩 배워 나갔습니다. 매일 부딪히며 매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잘 뽑는 거래처와, 원단을 잘 쓰는 거래처와, 잘 팔리는 옷을 만드는 거래처등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디자인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경험을 하며 알게 된 것입니다. 앉아서 준비만 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노하우들입니다.




 완벽하게 준비 후 시작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완벽은 원래 없는 것입니다. 발전과 성장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시작을 만드는 기술은 잃을 마음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 시작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성공은 실패가 쌓여 되는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상은 행동하는 자의 것입니다. 생각은 누구나 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했느냐입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행동하는 자만이 세상을 바꾸고, 행동하는 자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장사를 통해 이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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