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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성 Nov 20. 2023

집에 옷 가게를 차린 아줌마

타인의 불편함이 보이면 장사가 시작된다


  두 아이를 키우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자존감을 막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어렸습니다. 딱 큰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큰 아이가 10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서 옷을 팔고 있었습니다. 집에 차린 옷 가게는 오픈 시간에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도 신기하고, 특이한 옷 가게를 하고 있는 저도 신기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더욱더 신기했습니다. 


 

 일주일에 2번, 오전 3시간만 문을 열었습니다. 매주 오는 손님도 많았고, 매주 오는 손님이 새로운 손님을 모시고 오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심심하면 저의 집에 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줌마들끼리 점심 약속을 잡아도 저희 집에서 1~2시간 놀다가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마치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결혼 9년 만에 내 집 마련을 했습니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끼며 사느라 옷이 없었습니다. 당장 옷이 필요했습니다.



 쇼핑을 하려는데 옷을 살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여성복 파는 곳은 많은데 왜 난 옷을 살 곳이 없을까? 로드숍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온라인 쇼핑몰도 있는데 왜 난 옷을 살 곳이 없을까?' 흔하디흔한 여성복을 살 곳이 없다고 느끼는 제가 신기했습니다.



 한참을 아낄 때였으므로 백화점과 로드숍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8벌 정도의 옷을 한꺼번에 구매를 했습니다. 사이즈와 컬러, 같이 입을 옷까지 신경 쓰며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상품 수량이 많아서 그런지 일주일이 지나도 택배가 오지 않았습니다. 고르고 고른 시간이 아까워 취소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습니다.



 주문 한 지 10일 만에 드디어 택배가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 너무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바지도 제 체형에 맞지 않았고, 티셔츠는 너무 컸습니다. 색도 화면과 많이 달랐습니다. 결국 8벌 중 2벌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8벌을 고른 시간이 얼마인데..' 옷을 고르면서 쓴 제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2벌을 제외한 6벌을 반품했습니다. 제가 구입 한 쇼핑몰은 인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반품 점수를 하는 것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 귀찮았습니다. 

 

 

 쇼핑을 하며 온라인 쇼핑의 큰 단점을 발견했습니다. '입어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평범한 기성복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에게 입어볼 수 없다는 것은 큰 불편함이었습니다.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한 번만 입어봤으면..., 이 옷들이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입어보면 간단한 일을 몇 번을 다시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본다고 옷이 화면에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돈만 있다면 백화점이든, 로드숍이든 척척 사면됩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온라인 쇼핑몰 가격에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입어보는 옷 가게였습니다. 한마디로 싸고, 마음껏 입어보는 옷 가게를 원했습니다. 그런 곳은 없습니다. 없는 곳을 찾으니 옷을 사기가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



 문득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 동네 아줌마라면 다 같은 생각 아냐? 온라인 가격으로 마음껏 입어보는 집을 만들면 어떨까? 온라인 쇼핑의 장점인 싼 가격에 마음껏 입어볼 수 있는 가게를 만들면 아줌마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확신이 섰습니다. 그리고 벌써 상상에 빠졌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저의 집에서 아줌마들이 웃고 떠들고 있습니다. 마치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입어보는 집>은 이렇게 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장사는 '무엇으로 돈을 벌까?'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장사는 타인의 불편함이 보였을 때, 내가 타인의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때 시작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돈은 타인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수록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입어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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