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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07. 2024

오션파크, 하태핫태(아님)

10/28(화).


 서울 근방의 놀이공원에는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마찬가지로 홍콩에도 대표적인 놀이공원 두 곳이 있다. 바로 디즈니랜드와 오션파크다.


 오션파크, 가장 잘 분리된 놀이공원


 오션파크는 놀이공원이지만, 그 구조가 굉장히 독특하다. 에버랜드와 비슷한 느낌인데, 오션파크 정문 주변은 동물원과 수족관, 혹은 귀신의 집과 같이 놀이공원의 '공원'을 담당한다. 그렇지만 만약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바이킹, 롤러코스터, 후룸라이드 등 각종 신나는 어트랙션이 꽉꽉 차있다. 놀이공원의 '놀이'를 담당하는 것.

오션 파크 정문(왼쪽)을 티켓(가운데)으로 지나가면 바로 광장(오른쪽)이 나온다

 편의상 전자를 A구역, 후자를 B구역이라고 하면 내가 주로 돌아다닌 곳은 A구역이었다. 나는 놀이공원을 잘 타지 못 하는 쫄보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못 타나면, 초등학교 3학년 때에 동네 야시장에 오는 조그만 바이킹을 타다가 울어서 내려온 이후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을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그래서 티켓도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 일반권으로 구매했다.


 들어가자마자 꽤 넓은 광장이 나를 반겼다. 광장 주변에는 할로운이 다가온 만큼 온갖 귀신의 복장을 입은 사람들 - 특히 강시 같은 동양의 귀신이 꽤 많이 보였다. 해가 아직 떠있어서 무섭지는 않았지만 해가 진 상태에서 혼자 있을 때 마주치면 도망칠 것 같았다.


 광장 정면에 있는 하늘색 달걀 형태의 건물에 들어서니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물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수족관이었는데, 아쿠아리움 치고는 어류보다 불가사리나 말미잘 같은 다른 해양생물이 비중이 컸다. 어쩌면 이런 게 표준인 걸까? 알쏭달쏭하지만, 적어도 여기가 이래서 "오션"파크구나 싶을 정도로 적당히 관람하기 좋았다.

 

수족관 내부에서 간단히 찍은 사진들

 수족관을 나와서 조금 더 안쪽으로 나아가니 왼쪽으로 거대한 돔 형태의 천막이 보였고, 오른쪽에 오르막길로 이어진 큰 건물이 있었다. 왼쪽 천막 쪽으로 가면 더 볼거리가 많은 넓은 곳이 나오지만, 오른쪽에 그려진 판다 그림에 혹해서 먼저 오른쪽으로 향했다.



귀여운 동물들의 향연


 안을 들어가 보니 넓은 전시공간이 두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앞쪽은 원숭이가 있는 곳, 그리고 뒤쪽은 판다가 있는 곳이었다. 사실 홍콩 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판다보단 원숭이일 것이다. 홍콩 북쪽의 중국 근방의 산에 가면 직접 원숭이를 볼 수 있는 등산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갈 때는 원숭이한테 물건을 뺏길 수 있으니 가방 안에 모두 넣고 절대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말라고... 물론 독서클럽의 N양에게 들은 이야기라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원숭이(왼쪽)와 판다(오른쪽)


 판다를 보니 괜히 한국에 있는 푸바오가 떠올랐다. 전 세계에 판다를 대여 한다고 하길래 중국에 속한 홍콩에 오면 판다를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국이랑 크게 다를 바 없어서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아작아작 죽순을 먹는 모습이 귀여웠으니 용서다.


 이후 본래 가기로 한 왼쪽 돔 형태의 천막 쪽으로 향했다. 처음엔 이 천막이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귀신의 집이었다. 핼러윈을 맞아서 일시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안에서 서커스 공연이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커서 신기했다.


  물론 일반권은 귀신의 집에 들어갈 수 없지만, 대신 그 앞에 있는 미어캣 전시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전시관은 미어캣이 땅 속을 이동하는 통로를 투명한 관으로 만들어서 지나가는 미어캣을 직접 코앞에서 직관할 수 있게 만들어서 정말 실감 났다. 미어캣 수도 많아서, 만약 오션 파크 전체에서 가장 볼만한 동물을 꼽으라면 나는 지체 없이 이 미어캣 전시관을 꼽을 것이다.


어느쪽이 진짜 미어캣이지?

 물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동물들도 많았다. 온몸이 핑크빛인 홍학, 유모차 크기의 거대한 등껍질을 움직이는 육지거북, 거기에 정체불명의 도마뱀(영어로 Salamander라고 적혀있던데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다)까지... 정말 동물을 좋아하는 내게는 놀이기구를 안 타도 이러한 구경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정말 이 거대한 도마뱀은 살아있는 걸까?


퍼레이드의 에버랜드, 공연의 오션파크


 동물들을 다 구경하고 나니 해가 슬슬 지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대로 가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비록 놀이기구는 못 타겠지만 오션파크 B구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오션파크 B로 가는 케이블카 입구 근방에는 신기한 건물 양식이 보였다. 온갖 한자들이 적힌 광고판과 문패가 겹쳐져있는 건물은 실제 사람이 들어가지는 못 하는 관광용 건축물이었는데, 홍콩의 옛 건물 스타일을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사실 이전에 갔던 역사박물관에서는 흑백 그림을 통해서 대충 거리가 어땠는지 보여주었을 뿐이라 홍콩의 과거가 실제로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여기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시대가 현재에도 이렇게 재현되는 것을 보니 괜히 시간의 흐름이 덧없어 보여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홍콩의 과거 거리를 표현한 구역

 케이블카는 꽤 오랫동안 올라갔다. 20분 정도는 타고 올라간 것 같다. 홍콩섬의 외곽을 그대로 오르는 케이블카라 바닷바람에 조금 많이 흔들려서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도착했을 때는 놀이기구도 안 탈 건데 괜히 케이블카 때문에 긴장해서 목이 뻐근하길래 조금 후회하기도 했는데, 놀이기구들 사이로 보인 광경에 그런 생각은 싹 없어지게 되었다.


 바로 온갖 귀신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 주로 동양식 요괴의 형태가 가장 많았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게 진시황이나 파라오와 같이 내가 생각지도 못 했던 귀신까지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했다. 내가 한국에서 생각한 핼러윈은 드라큘라나 펌킨처럼 서양식 위주였는데,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핼러윈을 맞이하는구나 싶어서 문화 차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재밌기도 했고.


살려줘!!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공연이었다. 에버랜드에서는 퍼레이드를 통해 온갖 화려한 복장의 전차와 사람들이 에버랜드를 가로지르는데, 산 위에 있는 B구역은 그런 퍼레이드를 하기에는 좁아 보였다. 대신 여기서는 시간에 맞춰 코스프레를 하던 사람들이 공연을 했는데, 그 내용은 못 알아들었지만 전 세계의 요괴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뇌를 비우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귀신과 요괴가 모여 공연을 한다!


 덕분에 저녁을 제시간에 못 먹을 정도로 오션 파크에 더 오래 있고 싶었을 정도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홍콩에 가서 놀이공원을 즐긴다면 10만 원 넘는 놀이기구 위주의 디즈니랜드보다 오션파크가 더 낫지 않을까?



***추가 ) 케이블카를 타고 갈 때 혼자 탈 수가 없어서 한 필리핀 여성분과 동행하여 탑승하게 되었는데, 이 분 덕에 오션파크 이용이 생일날 공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가 홍콩에서 생일을 맞이한다면 꼭 오션파크를 이용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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